더불어민주당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강령을 개정하면서 ‘노동자’란 표현을 강령 전문에서 삭제, 당대표 후보들을 비롯해 당 내부의 반발을 사고 있다.

더민주 현행 강령에는 “경제발전을 위한 국민의 헌신과 노력, 노동자와 시민의 권리 향상을 위한 노력을 존중한다”는 대목이 있다. 하지만 강령 개정안 초안에서는 ‘노동자’란 표현이 빠져있다.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왼쪽)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당 강령에서 ‘노동자’란 표현이 삭제된 데 대해 당권 경쟁에 나선 김상곤 후보는 13일 논평을 내고 “강령의 첫 문장을 바꾼다는 것은 당의 정체성을 바꾸겠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노동문제를 외면하거나 경시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당 강령 전문에서 노동자를 삭제하려는 개정 시도는 철회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추미애 후보도 브리핑을 통해 “현재 우리 당 모태는 2012년 민주당과 한국노총, 시민사회세력의 통합으로 시작됐다”며 “(‘노동자’ 표현 삭제는) 당의 역사와 정체성을 스스로 부인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추 후보는 “노동부문 대의원과 정책당원제를 도입한 이유도 노동자의 권익 향상을 위해서”라며 “노동의 가치를 명확히 하는 것은 우리 당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종걸 후보 측은 “강령·정책분과위에서는 ‘노동자가 시민과 국민의 개념 속에 포함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이런 주장은 노동자를 명기하는 것이 강령 문구상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보다, 당의 지향성과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는 걸 간과한 것”이라며 ‘노동자’ 표현 삭제는 재검토 돼야 한다고 밝혔다.

더민주 소속 이재명 성남시장도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핵심지지층의 실망을 부르는 강령 개정에 분명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시장은 “집권을 위한 강령 개정이라면 지지기반을 ‘확장’하는 것이어야지, 기존 핵심 지지기반을 버리면서 불확실한 새 기반을 찾는 식의 ‘이동’이어서는 안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안보 등 보수적 가치를 확대하는 것이 노무현, 김대중 정신 가치와 양립불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부연하며 “단순한 문구정리라면서 굳이 노동자 문구를 삭제할 이유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재명 시장은 그러면서 “국민이 바라는 건 강령을 둘러싼 형이상학적 논쟁이 아니라, 전기요금 최저임금 대출이자율 안정된 일자리 주거문제 같은 현실적인 일에 천착하여 치열하게 함께 싸우며 실질적인 성과를 내 구체적 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