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만하고 일방적인 화해와 치유재단 설립한 강행하는 한국정부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정부가 이번주 출범하는 ‘일본군 위안부 재단’(화해·치유재단) 발족식에 점심 대접과 돈을 빌미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참석을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나눔의 집,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관계자가 재단 출범식을 앞두고 피해자들에게 연락을 취해 점심 대접을 하겠다며 호출 작전을 벌이고 있다”며 “놀라운 것은 거짓말과 미끼 던지기식 통화내용”이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다수 피해자들에 따르면 정부 관계자가 식사자리에 나오라고 연락해왔고 몸이 불편해 안 나간다는 피해자들에게 ‘다른 분들 다 오는데 안 나오나, 돈이 나오니 받으러 오라’ 등의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차로 모시러 오겠다’는 연락을 받은 한 피해자는 차에 실어 이상한 데 데리고 가는 것 아니냐며 두려움을 느껴 정대협에 전화를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선실 정대협 공동대표는 “손녀딸이나 아들, 지인한테도 점심 대접을 할테니 나오라고 전화가 왔다”며 “할머니들은 재단 출범을 앞두고 있다는 설명은 듣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또 “어느 할머니는 내가 아파서 나가지 못하니 통장으로 주면 안되냐고 얘기했다”며 “돈 얘기를 하니 통장 얘기를 할머니가 했을 것이다, 그런데 여성가족부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발뺌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어느 할머니는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인가’라고 탄식했다”며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할머니들을 우롱하고 기만하는 처사를 보면서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고 성토했다.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은 “일본의 공식사과와 법적 배상이 포함되지 않은 합의안은 무효이고 따라서 재단 설립은 불법”이라며 “정부가 할머니들의 인권을 생각한다면 12.28 합의 무효를 선언하고 재단설립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정부, 25년간 싸워온 것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더니 할머니들 우롱‧기만”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복동(90)·이옥선(88)·길원옥(88)·이용수(88) 피해 할머니 등이 참여해 “25년간 우리가 싸워온 것을 정부가 하루 아침에 무너뜨렸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애기 꼬시는 것도 아니고, 세계가 다 아는데, 나이 먹었다고, 못배웠다고”라며 “나한테는 4명이나 와서 단체장들이 다 승인했다며 싸움 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애기 달래는 것도 아니고 외교부에서 밥 먹으러 나오라? 밥 못먹는 사람 있냐”며 “서러워서 눈물이 난다, 우리는 위안부가 아니다, 친일파로 해서 친일파로 끝내려는 것을 그대로 둘 수 없다”고 눈물을 훔쳤다.

김복동 할머니도 “우리는 위로금 10억엔이 아니라 100억엔을 줘도 필요없다”며 “우리가 왜 그런 더러운 돈을 받겠나”라고 성토했다.

김 할머니는 “우리는 당당하게 일본 정부가 기자들 모아놓고 ‘우리가 한 짓이니 잘못했다, 할머니들 용서해달라’고 공식 사죄하고 명예를 회복시켜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왼쪽부터 이옥선, 이용수,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들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회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만하고 일방적인 화해와 치유재단 설립한 강행하는 한국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송현석 기자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비대위원회의에서 “여가부가 일본의 돈으로 만드는 위안부 재단 발족식에 위안부 할머니를 동원하기 위해 쓴 방식이 매우 졸렬하다”며 “이런 일본군 같은 짓을 하면 되겠나”고 비난했다.

우 원내대표는 “상처받은 할머니들에게 자신들이 동의하지 않은 재단 발족식에 동원하기 위해 정부가 이런 짓을 하면 되겠는가?”며 “다시 상처를 주는 실적주의의 잘못된 행태에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도 상무위원회의에서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는 행태”라며 “‘화해·치유재단’은 박근혜 정부가 일방적으로 선포한 화해와 치유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여가부는 꼼수 동원 논란에 대해 “일본군 위안부 재단의 설립 취지를 설명드리고 피해자 할머니들의 발족식 참석 가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전화드렸던 것”이라면서 “돈 지급에 관한 이야기를 한바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