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은 끓어올랐다. 스무 해 동안 숨어 있었던 진실들이 스멀스멀 화면 밖으로 기어 나오면서 손짓을 했다. 왜 아직 거기 누워 있는 거야. 일어나, 김광서억. 가수는 떠나도, 노래도 진실도 죽지 않아 스무 해 동안 문드러져 온 기억 사이를 파고든다. 영화는 기억 저편에 잠든 죽음을 흔들어 깨운다.
‘일어나!’
생명 역사 이래로 죽음 자체를 죽인 살인자는 없었다. 모든 죽음은 말한다. 죽음으로써, 주검으로써. 죽음이 죽는 시대가 악의 시대다. 감독 이상호는 영화를 통해 죽음을 죽이는 망각과 싸우고 있다. 모든 변사자들의 이름으로. 죽음이 변사하도록 버려두는 세상에서 진실 또한 변사체로 습한 여름 허공을 떠돌게 된다. 차마 아직 다 죽지 못한 죽음이 방황하는 곳이 바로 구천이다.
영화 <일어나, 김광석>은 그 진실의 생일날을 향한 숨 막히는 기록이다. 영화를 보는 동안 관객은 오래도록 그의 노래에 빚진 그 만큼 고통스런 진실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리고 절로 따라 말하게 되리라. <일어나, 김광석>.
다큐멘터리 영화는 진실을 끌어올리는 그물을 짜는 일과 같다. 여기까지가 추적자(기록자/감독)의 몫이다. 그물을 끌어올리는 어부는 언제나 관객이다. 다큐는 여느 영상과 달리 그 작품 자체로 완성되질 않는다. 진실이 세상에 온전히 드러나는 그 생일날에야 비로소 완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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