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없는 기자회 (https://rsf.org)는 지난달 한국의 세계언론자유 지수를 세계 180개 국가 중 70위라고 발표했다. 기자회는 한국 자유지수가 지난해에 비해 10위 하락한 가장 큰 근거를 권위주의적인 박근혜 정부의 언론 정책 때문이라고 밝혔다.

기자회는 특히 “쉽게 화를 내는 대통령” 이란 타이틀로 한국 언론 상황을 표현하면서 박근혜 정부는 언론의 합리적인 비판을 용납하지 않고 있으며 양극화가 심화된 한국 언론 시장에 개입, 언론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구체적인 증거로 박 정권이 “명예훼손법”과 “국가보안법”를 이용, 한국 언론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대 7년까지 실형이 가능한 명예훼손법은 발언자 (또는 기자) 스스로 내부 검열을 강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국가보안법은 온라인상에서 북한과 관련된 공적 토론을 할 수 없도록 위협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지난 2002년부터 발표된 세계 언론 자유 지수는 세계 각국의 외교관들과 UN과 세계은행 등 국제 기구에 보내진다. 이는 언론자유지수가 공식적인 자료로 활용되지는 않는다 할 지라도 세계 무대에서 한국의 국가 이미지와 국가 신용도를 결정할 때 참고 자료로 활용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기자회가 이처럼 한국 언론 상황을 평가한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

먼저, 조사 방법과 평가단이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180개국의 미디어 전문가, 변호사 및 사회학자들을 대상으로 사회과학적 방법론 (양적 및 질적 조사)을 이용해 매년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양적조사는 미디어 독립성 등 7개 항목에 대한 87개 설문 문항을 만들어 20개국 언어로 온라인 설문 조사를 하고 있다.

질적 조사는 기자회 소속 자체 위원회에서 기자들에 대해 직접적 신체적 위협을 가하거나 구속하는 등 권력 남용하는 사례들을 별도로 수집한다. 이같은 양적 질적 조사들은 함께 통합 합산되어서 각국의 언론 지수가 계산된다.

기자회는 언론자유지수를 계산하기 위해 7가지 척도를 사용한다.

첫째는 ‘다원주의’다. 논쟁적인 이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자유로이 표현 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보장하고 있는가이다. 이 부분에 대해 박근혜 정부의 종북몰이 언론 정책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추론된다. 정권에 반하는 의견에 대해 참을 수 없다는 표현을 기자회가 사용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척도는 ‘미디어 독립성’이다. 즉 정치, 정부, 경제, 종교적인 권력들을 대상으로 자유로이 정보 수집이 가능했는가하는 취재원의 접근성이다.

세 번째 척도는 정보를 취재하는 기자들의 ‘미디어 환경과 자기 검열’이다. 네 번째 척도는 뉴스와 정보 생성과정을 위협하는 ‘법적 요소’들이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척도에서 한국은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왜냐하면, 명예훼손법과 국가 보안법이 언론인들의 자기 검열과 온라인상의 표현의 자유를 저해하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 생산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절차와 기관들의 ‘투명성’과 취재환경의 ‘하부구조’가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척도이다.

마지막 언론자유 심사 기준은 권력남용이다. 정권이 기자들에 대해 직접적인 신체 위협을 가하거나 체포, 구금 등을 하는 행위이다. 이 부분도 한국이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박근혜 대통령 집안에 대한 취재를 한 주진우기자와 김어준씨 등을 체포, 재판에 회부한 사항은 이 부분에 해당된다. 또한 세월호 참사 때 박 대통령의 부재 7시간을 보도한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전 일본 산케이 신문 서울지국장을 기소, 재판에 회부한 부분도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즉 기자회는 그 나라의 전반적인 인권 위반 상황과 미디어 소유 형태, 기자들의 신체적 위협 및 취재 환경, 의사 표현의 자유 보장과 편집자의 독립성 및 온라인상의 토론의 자유 보장 등을 언론자유지수 평가 기준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들 평가기준들은 0-100점까지 5등급으로 나눠진다. 점수가 낮을수록 언론자유가 보장된 국가이다. 1등급은 0-15점을 받은 국가들이다.

핀란드가 8.59로 언론자유 지수가 가장 좋은 국가이며 독일이 14.80으로 16위를 기록했다. 2등급은 15.01-25 점수를 받은 국가들로 나미비아, 폴란드, 미국, 대만 및 아이티 등이다. 3등급은 25.1-35.0 점수에 속한 국가들로 아르헨티나, 한국 등이다. 114위부터 시작되는 4등급은 35.01-55점수이며 콩고, 팔레스타인, 인도 등이다. 최하위 등급은 싱가포르, 중국 및 북한 등이다.  

※ 이 글은 자유언론실천재단(http://www.kopf.kr)에도 함께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