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붓의 고향]
-mbc에 사표를 낸 기자 이상호를 위하여

언론이 죽는 건 언론인이 죽고자 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언론인이 먼저 죽고 언론은 맨 나중에 비로소 처형된다. 언론인이, 지식인이 살아 있는 한 언론은 죽지 않는다. 언론사가 곧 언론일 수는 없다. 그건 말의 가게일 따름이다. 

기록하고 표현하는 자로서 언론인, 지식인은 사망할 수 없다.
언론인에 대한 사망선고는 오직 표현의 자유를 위임한 주권자가 내릴 수 있을 뿐이다.
언론인의 근육은 대중의 것이고,
언론인의 고향은 한낱 언론사가 아니라 정의와 진실이 거처하는 곳이라야 한다.
거기가 광야다.
광야는 어디인가.
그대가 묻는 바로 그 방향에서 광야가 기다리고 있다. 정의가 도래하기를 갈망하는 염원이 서린 곳. 지식분자의 말과 글은 오직 광야에서 맥박을 얻을 수 있다. 

그리하여,
칼을 품지 않은 붓은 한낱 먹을 묻히는 연장에 지나지 않고,
시대의 어둠을 먹으로 삼지 못한 문자란 그저 글씨일 뿐이고,
대중의 가슴을 벼루로 삼지 못하다면 하물며 언론인도 지식인도 아니다. 

들어보라.
아픈 세상의 먹물은 지금 끓고 있고,
벼루는 갈아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고,
내 붓은 아직 식지 않았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