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출간했던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이 세월호 참사 2주기 직전에 <금요일엔 돌아오렴>의 두 번째 이야기인 <다시 봄이 올 거예요>를 출간했다.

<다시 봄이 올 거예요>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단원고 생존학생과 희생 학생의 10~20 형제 자매가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겪었는지를 담고 있다. 생존 학생 11명과 희생 학생 형제자매 15명 등 26명이 참여했다. 뒷이야기가 궁금하여 지난 26일 서대문역 근처 커피숍에서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저술에 참여한 작가 기록단의 명숙 작가를 만났다. 다음은 명숙 작가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명숙 세월호 참사 작가 기록단 작가 ⓒ 이영광 기자

“10~20대 형제자매‧생존학생들의 마음이 이랬구나”

- <금요일엔 돌아오렴>의 두 번째 이야기인 <다시 봄이 올 거예요>가 지난 11일 출간되었는데 반응은 어때요?

“반응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어요. 세월호 2주기 맞춰서 나와서 사람들이 많이 관심을 주시는 것 같아요. 그동안 희생자 부모님들 이야기는 많았는데 10~20대인 형제자매나 생존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고통을 겪어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는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읽고 그들의 마음을 ‘몰랐는데 이랬구나’ 하는 반응을 들었어요.”

- 2주기 즈음에 출간했는데 일부로 맞추신 건가요?

“2주기가 되면 평상시에 생각을 안 하던 사람들도 세월호를 생각하잖아요. 그래서 맞춘 거죠. 형제자매와 생존학생들이 소중하게 얘기를 해준 이야기들이고 용기를 내서 말해준 건데 많이 읽혀야 하잖아요. 많이 읽힐 수 있는 때가 2주기겠다 싶어서 직전에 출간한 거죠.”

- 웹툰으로 제작되고 있던데.

“처음부터 이 기록은 참사를 겪은 청소년들의 친구들, 이후에도 함께 동시대를 살아갈 10대 20대가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요즘 사람들이 글보다는 웹툰을 많이 보니 저희가 기록한 내용을 바탕으로 웹툰으로 재구성하는 기획을 잡았어요. 그래서 만화가들을 섭외했고 그분들이 다음 스토리펀딩에 5회에 걸쳐 연재했어요. 만화가 소복이, 박건웅, 남펭, 김한조 작가님들이 참여해주셨어요. 이번 주에 마지막 화가 올라왔어요.”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스토리펀딩 주소 (https://storyfunding.daum.net/project/4800)

-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요?

“세월호 참사 작가 기록단이 <금요일엔 돌아오렴> 팀에서 한 분만 바뀌고 그대로예요. 2편을 어떻게 기록할지 고민을 나눴어요. 사회에서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사람들이 들을 수 있게 하자는 게 기록단의 생각이었고 누구의 삶을 기록할 것인지 논의를 하면서 그동안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인 청소년은 참사를 어떻게 겪었는지 담자고 했어요.

10~20대 희생자의 형제자매나 생존학생들은 어떻게 겪었는지를 사람들에게 들리게 해야겠다는 의미로 그동안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고 듣지 못한 10대의 이야기를 담자고 결정했어요. 그걸 위해서 같이 학습도 하고 워크숍과 세미나를 통해 기록 방향을 논의하고 인터뷰 대상자를 정했어요.”

“10대의 고민, 말하기 방식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구술기록 형태로”

- 처음 어떻게 접근하셨어요?

“한국에는 나이주의에 따른 어리거나 젊은 사람들의 의견 무시가 많잖아요. 그래서 더 충실하게 인터뷰를 하기 전에 글이 실리는 전 과정을 설명하고 안내하고 동의를 구했어요. 가족들이나 형제자매 모임에도 취지를 설명하는 과정단계가 길었다고 보시면 돼요.

생존학생과 형제자매는 참사 당시에 언론에 대해 부정적인 경험이 많았거든요. 언론사들이 선정적 보도나 경쟁적 보도를 통해서 피해자 목소리를 온전히 전하지 않거나 아니면 동의를 구하지 않고 내보내는 경우가 많았잖아요. 저희는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게 더 중요해서 충분히 사전 동의와 신뢰를 만드는 구술 기록의 원칙을 설명했어요.”

▲ 세월호참사 2주기인 16일 오전 경기 안산시 세월호참사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2주기 기억식'에 참석한 단원고 2학년 3반 故 박예슬 양의 동생 박예진 양이 언니에게 쓴 편지를 읽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금요일엔 돌아오렴>엔 희생자 부모와 인터뷰했는데 <다시 봄이 올 거예요>는 희생자의 형제자매, 그리고 생존 학생을 인터뷰했잖아요. 차이가 있었을 것 같아요.

“방식도 차이가 있었지만, 또 하나의 차이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2년이 지난 시간을 거치면서 겪은 경험이 있다는 게 다른 것 같아요. <금요일엔 돌아오렴>만 할 때도 참사 일어나고 얼마 안 되어 옆에서 말을 꺼내기가 힘들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함께 세월호 추모행사도 다녔었고 책을 출간해서 작가 기록단이 왜곡하지 않을 거라는 신뢰감이 생겼어요.

그리고 저희는 인권 활동가들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 인권 실태조사를 하면서 형제자매나 생존학생들을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보니 저희가 하려는 의도를 어렴풋이 전달된 게 아닐까 싶어요.

인터뷰와 기록과정 모두 그랬어요. ‘이건 우리가 필터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목소리를 온전히 전달하려는 거다. 그리고 본인이 말한 것 중에 뺄 건 빼고 수정할 수 있는 건 하는 거다. 원치 않으면 인터뷰 안 해도 된다’고 충분히 동의와 신뢰를 얻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쓸 때와는 많이 다르죠.”

- <금요일엔 돌아오렴>도 마찬가지지만 일문일답이 아니고 이야기를 풀어놓은 거잖아요. 이유가 있나요?

“어떤 형태로 쓸 것인지 고민이 있었어요. 르포식으로 쓸 수도 있잖아요. 온전하게 10대 목소리를 전달하는 말투와 정서를 전달하려면 구술기록 형태가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1인칭으로 말하듯이 하는 구술기록의 장점이 있잖아요. 그래서 책에 의성어들도 많이 나와요. 10대의 고민과 말하기 방식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기도 해서 구술 기록 형태로 한 거죠.”

- 일문일답도 가능하지 않나요?

“그게 인터뷰와 구술기록의 차이인 것 같아요. 구술의 형태가 그 사람의 말하는 방식으로 쓰기 때문에 A란 사람이 현장에서 말하는 거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지요. 누군가 개입하여 독자가 읽는 동안 흐름을 깨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그게 온전하게 10대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더 중요한 것은 형제자매나 생존학생들이 중심이 된 기록이라는 점입니다. 처음 형제자매들 인터뷰한다고 했을 때 형제자매가 한 얘기 중 하나가 ‘희생된 동생이나 언니에 대해 얘기를 하는 거냐’고 묻더라고요. <금요일엔 돌아오렴>은 그런 게 들어갔잖아요. 물론 여기도 부분적으로 들어 있어요. 그러나 중요한 건 본인이 느낀 걸 말하는 거라고 강조했어요. 왜냐면 10대가 어떻게 겪었는지 왜 목소리를 내거나 내지 못했는지를 담는 게 중요하니까요. 그래서 제일 처음 질문한 건 책에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게 뭔지 물으면서 시작했지요.”

▲ 세월호참사 2주기인 16일 오후 경기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앞에서 열린 '416걷기, 진실을 향한 걸음'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형상을 한 탈을 들고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세월호 ‘낙인’, 단원고 ‘편견’…다시 세상으로 발 내딛는 마음”

- 인터뷰 섭외하기 어렵지 않았어요?

“어려웠죠. 신뢰관계는 있지만, 여전히 10대들에게 ‘너희는 공부나 해’ 혹은 ‘너희는 다른 사회를 겪어야 해서 어른들이 다 할 테니 넌 세월호와 관련해서는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이 많잖아요. 배려의 말이지만 10대들이 이런 이야기들 때문에 말하기가 쉬운 사회조건이 아니었죠.

생존학생들 같은 경우는 특례입학 등으로 왜곡되는 경우가 많았잖아요. 그래서 혹시 자기가 어떤 말을 했는데 잘못 기록될 수도 있고 혹은, 언론이 했듯이 자기 얘기의 어떤 부분만 편집해서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말하기가 두렵죠. 이러한 불신 때문에 인터뷰하겠다는 형제자매나 생존학생을 찾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말해준 분들이 너무 고마운 거죠. 어려운 조건에서도 말을 해준 거잖아요.”

- 신뢰는 어떻게 쌓으셨어요?

“만나서 얘기를 나눴죠. 기록자들은 나이가 많잖아요(웃음). 10대였다면 다를 텐데 속칭 어른이라 꼰대로 보일 수도 있죠. 그래서 인터뷰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는 신뢰관계를 쌓기 위해서 먼저 만났지만 말할 수 있을 때 한 경우도 있고 좀 더 말하겠다고 나온 학생도 있었어요.” 

-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던데.

“인터뷰할 때 상실감을 많이 들었어요. 가장 친했던 언니나 오빠 혹은 친구가 10대나 20대 초반에 사라진 것이잖아요. 그랬을 때 상실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안 할 수 없어서 그들이 겪은 2년 동안 어떻게 나타났고 그 상실을 어떻게 마주하는지가 한 축이었어요.

▲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책 표지

2부는 제목이 ‘이름의 무게’인데 세월호라는 게 하나의 낙인처럼 되고, 단원고라는 게 마치 편견의 대상이 되는 등의 이름의 무게가 가지는 어려움을 말하는 거예요. 3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세상으로 발을 내딛는 마음, 그들의 실천을 담으려고 했었어요. 왜냐면 자신이 2년을 겪으면서 부정적으로 세상의 인식이 있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촛불을 든 시민이나 함께 진상규명을 하려는 시민을 보면서 다른 가능성을 보고 힘을 얻은 연결의 끝을 본 사람들이 있는 것이잖아요.

“참사의 주체, 피해 의미만이 아니라 해결 주체이기도”

그동안 청소년을 보호의 대상으로만 보고 참사의 주체로 보지 않았다면 그걸 우리 사회가 뒤돌아보아야 할 때라는 것이죠, 참사의 주체라는 건 단지 피해 받았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이걸 해결하는 주체라는 뜻이기도 한 것이잖아요. 피해자로서의 권리도 있잖아요. 청소년들을 서로 존중하면서 우리와 함께 나아가는 사람이라고 하는 것을 귀 기울여 주길 바라죠. 또 하나는 부모들이 겪는 것과 다른 결의 고통과 아픔을 청소년과 청년이 겪었다는 걸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 <금요일엔 돌아오렴> 때엔 작가 한 분이 부모 한 분씩 인터뷰했지만 이번 책에서는 작가 한 분이 2~3명 했던데.

“저희가 기록 분량을 부모님이 했던 것보다는 자유롭게 했어요. 그래서 보통 두세 명, 어떤 분은 4명까지 해기도 했어요. 단편도 있고 중편도 있어요. 어떤 분은 얘기할 게 많고 어떤 분은 조금 얘기하고 싶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분량 조절을 구술자에 따라 달리했어요. 최대한 많은 목소리를 담고 싶었어요. 생존학생 11명과 형제자매 15명으로 26명의 목소리를 감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여러 명을 인터뷰하게 되죠.”

- 작가님은 3명을 인터뷰하셨던데 기억에 남는 일 있을까요?

“다 기억에 남죠. 3명을 만나고 기록으로 정리하면서 느낀 공통점은 그들 모두 신중하고 조심스럽다는 것이었어요. 왜냐면 말 한마디 잘못했을 경우 곡해될까 봐 이런 조심스러움이기도 하고 또 하나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굉장히 많이 해요. 자기 가족이나 친구 얘기를 굉장히 조심스럽게 했다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어떻게 보면 비청소년보다 더 많은 배려나 고려, 신중함 등을 마주했죠.”

- 3명 섭외 과정 얘기해주세요.

“생존학생들은 그들의 상황을 알기 어려워서 부모들 인터뷰부터 먼저 하고 나서 생존학생들이 하기를 원하는지를 물었어요. 어떤 사람은 친구를 함께 데려와 인터뷰한 경우도 있고요. 그리고 생존학생들이 많이 오는 생존학생 쉼터 쉼표에서 설명회를 하면서 인터뷰이를 찾았죠. 형제자매들은 416 가족협의회를 통해 형제자매 중에 원하는 학생들 인터뷰하겠다고 알려달라고 해서 모집했어요. 그리고 형제자매 모임이 있어서 거기를 통해서 형제자매들의 상황에 대해서도 사전에 얘기를 듣고 형제자매 모임을 통해서도 섭외를 했죠.”

▲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몇일 앞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세월호 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영정 앞에서 단원고 학생들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동정이 아닌 공감…진실을 밝히는 동료로 대우해주는 것”

- 인터뷰 하며 느낀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이번 인터뷰 과정에서 제가 모르거나 지레짐작했던 것들을 깨닫게 되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제가 <금요일엔 돌아오렴>서 준우 엄마를 썼는데 그 후 경기도 교육청에서 하는 희생 학생이 어떻게 태어났고 성장했는지 기록하는 약전에 준우 걸 쓰는 것으로 참여했어요.

작업을 위해 가족들을 모두 인터뷰했고 초등학교 친구하고 중학교 때 친구를 만났어요. 그러나 고등학교 친구는 이른바 생존학생이잖아요. 준우 엄마가 생존학생에게 연락해 보지 않겠냐고 했지만 못하겠어서 만나지 못했어요. 더구나 준우네 반은 한 명밖에 생존자가 없고 1학년 때 친구를 찾으면 되지만 그들에게 준우 이야기를 물으면 아플 것 같아 연락할 생각을 안했어요.

그랬는데 제가 이번에 생존학생 인터뷰를 했잖아요. 그 친구와 얘기를 하는데 그 친구는 두 명의 약전을 쓰는 데에 인터뷰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많이 놀랐어요. 그 친구는 그거라도 할 수 있는 게 괜찮다고 생각해서 했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그렇지 않은 친구도 있는데, 저는 생존학생 모두가 괴로워할 거라고만 생각할 거예요.

그리고, 책엔 수연이로 나왔을 텐데 그 친구 같은 경우에는 가끔은 아무에게나 친구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거예요. 얘기한다는 건 기억한다는 것이고 기억한다는 건 상실을 끌어 않는다는 방법이기도 하잖아요, 근데 전 얘기하면 무조건 괴로울 거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러나 얘기를 하면 괴로움만 있는 건 아닌데 전 그렇게 판단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이번에 깨달았죠. 이런 게 이른바 어른들이나 혹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단정하는 거지요.

생존학생들은 다양하잖아요. 고통을 이겨내는 방법도 다양하고 슬픔과 상실을 수용하는 방법도 다양한데 전 그렇게 생각 안 했죠. ‘힘들다던데 트라우마로 그때가 생각나면 어떡하지’라는 식으로 생각했던 거죠. 그렇게 인터뷰 과정에서 많이 배운 것 같아요.”

-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앞서도 말씀드리긴 했는데 형제자매들에게 항상 얘기하는 것이 슬프다거나 기쁘다로 단정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생존학생이나 형제자매가 공통으로 얘기하는 건 동정이 아닌 공감이에요. 동정은 불쌍히 여기는 거고 동등한 게 아니잖아요. 공감하고 같이 이 사회를 좀 더 안전한 나라, 그리고 진실을 밝히는 동료로 대우해 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한번 생각해 보길 바라죠. 그동안 비청소년의 경우는 ‘나는 온전하게 이 사람들을 주체로서 생각했는지’를 뒤돌아보면 좋겠어요. 그럴 때 같을 잡을 수 있는 것 아닌가란 생각을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