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해고와 정직 끝에 복직한 이상호 기자 해고 초읽기에 들어갔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구조 실패 책임을 묻는 다큐멘터리 영화 <대통령의 7시간>을 제작 중이라는 게 이유다.

두 번째 해고를 목전에 둔 이상호 기자는 9일 사육신 성삼문이 형장으로 끌려가는 수레 안에서 지은 ‘절명시’(絶命詩)로 시작하는, <명예롭지 못한 기자의 변명>이란 제목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어쩐지 이번 해고는 MBC와의 모진 인연을 가르는 마지막 통증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는 심경을 전했다.

이 기자는 “해고를 내정하고서도 무슨 일인지 회사는 아직 통보가 없다”며 “하루에도 몇 번씩 자꾸 성삼문의 마음이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상호 기자는 해당 글에서 그간의 내부고발 사례를 하나하나 써내려가며 ‘내부감시’, ‘내부고발’의 결과가 해고를 포함한 3번의 징계였다고 소회했다.

특히 ‘2004년 취재 중 알게 된 드라마 협찬금 빼돌리기를 통한 사내비자금 조성 실태를 감사국에 제보했을 때 MBC는 이 사건을 쉬쉬 덮어버렸다’고 밝혔다.

심지어 MBC는 ‘사내비자금 조성 사건’을 덮는 대신 제보자를 공개, 하루아침에 자신은 사내 직능단체의 집단 공격 표적이 되었고 한동안 살해 위협에 노출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내부 고발을 포기할 수 없었다”며 “내부의 비리에 눈감은 기자에게 어찌 사회를 비판할 자격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상호 기자는 “명예를 사랑해 기자가 되기를 결심했고, 명예롭게 살기 위해 매번 죽는 길을 선택했다”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불명예를 씻어내기 위해 회사측에 재조사를 요구했지만 그때마다 회사는 ‘억울한 건 알지만 또 다시 시끄러워질 것’이라며 넘겼다. 회사의 명예를 위해 꾹 눌러 참아야만 했다”고 적었다.

이 같은 심경을 전하며 그는 “더 이상 회사가 나의 명예를 지켜주기를 바라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울 듯하다”며 “그리하여 이곳에 드러내 남기고자 한다. 이제는 이별하고 싶은 내 불명예의 기록들을..”이라는 말로 글을 맺었다.

이상호 기자의 심경글을 접한 권영철 CBS선임기자는 “참 뭐라고 할 말이 없다”며 “기자로서 바른 길을 가고자 애쓴 기자를 고무 격려하기보다 이렇게 쫓아내려고 애쓰는 M.B.C, 이 말이 욕되게 불려도 반성은커녕 그 훌륭하던 현업자들을 내치고 내쫓고. 그러고서도 공영방송 운운하다니.. 언론계 선배로서 아무런 힘이 되지 못해서 미안하이.. 정말 미안하이..”라는 댓글을 남겼다.

그런가하면 페이스북 이용자 ‘김**’는 “13번의 특종상과 3번의 징계를 받은 이상호 기자, 기자의 명예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라며 “공중파 언론이기를 포기한 MBC, 언론의 양심마저 팔아먹는 MBC, 아직도 MBC 방송을 보십니까”라고 꼬집었다.

또 네티즌 ‘예**’는 “권력 감시와 부조리 고발이란 기자의 사명을 제대로 수행한 대가가 징계와 해고로 돌아오는 우리의 현실.. 참 안타깝다”고 개탄했다.

이 밖에도 해당 글에는 “사법부의 재판결과도 무시하는 자들은 정말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자들이다”, “이기고 지는 싸움이 아닌 옳고 그름의 싸움이다”, “익숙해지지 않으시는 걸 보니 매번 똑같은 무게로 힘드셨던 모양입니다”, “기억할겁니다. 역사는”이라는 등 댓글이 달렸다.

한편, 앞서 지난 7일 MBC는 이상호 기자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열었다.

<미디어스>에 따르면, A4용지 7매에 해당하는 분량의 인사위 통보서에는 <대통령의 7시간> 제작 외에도 ▶ 다큐 <다이빙벨> 연출 및 관련 활동 ▶ 영화 <쿼바디스> 출연 ▶ 세월호 참사 당시 연합뉴스 기자에 욕설 ▶ 세월호 참사 당시 MBC보도 비판 ▶ SNS 활동 등 해고기간 활동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