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김의겸 선임기자의 7일자 <안철수는 내각제에 포위됐다>란 칼럼이 SNS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시민운동가 문성근씨도 일독을 권유했고 이재화 변호사는 “안철수와 탈당파가 위험한 선택을 하는 속내를 훤히 꿰뚫어 봤다”고 평가했다.

김의겸 기자는 “지금 여의도에서는 총선 뒤 내각제 개헌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거라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청와대가 추진하고 야당의 일부 의원이 동조할 거라는 시나리오”라고 정가 뒷얘기를 전했다.

▲ 한겨레신문 7일자 31면 ‘안철수는 내각제에 포위됐다’ 칼럼 <사진=한겨레신문 PDF>

관련해 김 기자는 “안철수 신당에 몰려드는 의원들 대부분이 내각제 신봉자”라며 2014년 11월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해달라’는 결의안에 야당 26명 중 문병호, 유성엽, 황주홍, 김동철 의원이 참여했다고 되짚었다.

또 신당 기획을 맡은 최재천 의원은 탈당하며 내각제 개헌이 자신의 ‘소명’이라고 밝혔으며 김한길 의원도 탈당선언문에서 다당제 추진 의사를 피력했다. 김 기자는 다당제라면 내각제와 잘 어울리며 김한길 의원은 1997년 5월 김대중 총재를 만나 내각제 공론화를 요구한 적도 있다고 이력을 짚었다.

임내현 의원도 언론에서 ‘개헌 찬성’ 입장을 밝혔고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호남정치 복원을 위해 이원집정제나 내각제 개헌을 하자”고 말했다.

이같이 탈당파들이 내각제를 찬성하는 배경에 대해 김 기자는 “호남이 소수이기 때문이다. 승자독식 구조인 대통령제 아래서는 소수파가 권력을 나눠 가질 기회가 아예 막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기자는 “옛날에는 ‘영남 개혁세력’과 손잡고 정권교체를 시도했고 성공한 적이 있”지만 이제 ‘호남 비노’ 의원들은 그런 그림을 지웠다”면서 “그러니 대통령제 아래서 정권 탈환은 포기하고 내각제에서 호남의 이익을 극대화하자는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기자는 “‘독일식 선거’가 전제된다면 한번 검토해볼 만하다”며 “그러나 우리는 지금 선거법 협상에서 ‘아흔아홉 석 가진 사람이 백 석 채우겠다’고 달려드는 새누리당의 심보를 목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서 유럽식의 내각제는 낭만일 뿐”이라며 “그저 장기집권 체제를 굳히기 위한 일본식 내각제만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기자는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영국 속담을 언급하며 “안철수 의원은 ‘집권세력의 확장 저지’라는 일념으로 뛰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땀을 흘릴수록 내각제 개헌의 문은 더 활짝 열리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앞서 김민아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지난해 11월17일 <‘반기문 대통령·친박 총리’의 나라>란 제목의 칼럼에서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4월 총선의 목표를 “180석”이라 공언한다. 역시 개헌론과 떼어 생각하기 어렵다”면서 “새누리당이 이 정도 의석을 얻는다면 분권형 개헌을 외쳐온 일부 야당 의원까지 끌어들여 개헌 의결 정족수(200석)를 채우는 일이 가능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일신빌딩의 당사 브리핑룸에서 진행된 비노(비노무현)계 전문가 포럼인 '국민공감' 인사들의 신당 참여 기자회견을 끝내고 김한길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해당 칼럼은 SNS에 공유되며 관심을 모았다. 네티즌 ‘dlfx*****’는 “이 칼럼 의미심장”하다며 “일본식 내각제를 통한 새누리 영구집권 음모에 안신당이 도우미?”라고 놀라움을 표했다.

네티즌 ‘edu****’는 “뿌리깊은 정치지형과 정국을 꿰뚫는 안목없이는 ‘목적있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휘둘리기 쉬운 게 우리나라”라며 “지금 손잡고 웃는다고 해서 그것이 전부가 아니죠. 앞으로가 흥미롭겠네요”라고 의견을 올렸다.

‘qw**’은 “직업정치꾼에게 가장 안전한 미래는 내각제”라고 주장했고 ‘syd****’는 “안철수신당이 어떤 끔찍한 후과를 낳을지 아무도 모른다. 안철수 본인도 모르는 거 같다”고 우려했다.

아이디 ‘Mikh******’은 “안철수와 김한길이가 뭉쳐서 당을 만든 후, 새누리와 내각제 연대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는... 이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인 것인가”라고 반문했고 ‘kty****’는 “안철수 본인은 억울하다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수구적 보수의 비합리적 행태를 정당화 시켰다면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책임지는 것이 도리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네티즌 ‘igeob*****’는 <한겨레> 홈페이지에 “개헌하려면 국민투표 거쳐야 하는데 대통령 대신 총리로 나라 다스린다고 하면 견적 다 나오는 거 아실텐데요”라고 반박했다. 그는 “노무현이 얘기했던 분권형 대통령제 같은 것이라면 기자님도 반대할 것 같진 않고, 정치권의 오랜 설왕설래 소재인 내각제 가지고 안철수 신당에 재를 뿌리려는 모습을 보니, 참 인간이 싫어진다는 말이 생각납니다”라고 비판했다.

네티즌 ‘songs****’도 “내각제건 대통령제건 그게 뭐가 중요하니? 댁의 말마따나 소수세력에게 내각제가 이로운 제도라면, 맨날 기울어진 운동장이니 뭐니 떠드는 소수세력은 친노당 86이들에게도 이롭지 않겠냐?”라며 “쉽게 말해서 만약에 내각제가 괜찮은 제도라면 그걸로 바꾸겠다는 정치인들의 욕구가 또 무조건 비난받아야 할 일인가?”라고 반론을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