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엔 으레적으로 ‘희망찬’이란 단어가 따라왔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런 수식어조차 사치스러운 느낌이다. 특히 방송계는 2008년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 이후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다. 특히 올해는 총선이라는 중요한 선거가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 방송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래서 지난해 방송에 대한 평가와 올해 과제를 짚어보고자 안주식 PD연합회장을 지난 4일 방송회관에서 만났다. 다음은 안 PD연합회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안주식 PD연합회장 ⓒ 이영광 기자

“지난해 ‘최악의 PD뉴스’ 1위는 권성민PD 해고”

- 먼저 <GO발뉴스> 독자들에게 새해 인사 부탁드립니다.

“시위현장이나 기자회견 할 때 가끔 뵈었지만 <GO발뉴스>와 인터뷰하는 건 처음입니다. 그래서 독자들에게 인사드리게 되어 반갑습니다. 특히 <GO발뉴스>가 어려운 시절에 중요한 보도를 많이 했거든요. 저희처럼 지상파 현업 언론인들이 못하는 빈자리 뉴스를 채워주는 게 <GO발뉴스> 같은 새로운 인터넷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의 노고를 부끄러워하면서 치하합니다.

특히 올해도 <GO발뉴스>가 맡아야 할 언론의 역할이 상당히 클 것 같아요. 언론 환경을 둘러싼 정치권의 상황이 녹록지가 않아 어찌 보면 <GO발뉴스>가 열심히 뛰어 줘야 할 임무가 많아서 격려의 말씀과 더불어 위로를 드립니다.” 

- 지난해 방송 여러 일이 있었는데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방송 PD들 사이에 지난해 뉴스를 뽑으라면 당연히 권성민 PD 해고 뉴스가 당연히 1등이죠. 그만큼 안타까운 사건이고 현업 PD로선 도저히 받아드릴 수 없는 굉장히 비상식적인 MBC 경영진의 결정에 대해 분노하게 되는 뉴스였어요.

그리고 여러 프로그램에서 방송 통신심의위원회가 비상식적이고 정치적인 심의를 해서 PD들에게 실소를 금치 못하게 만드는 일이 있었습니다. 또 하나 꼽자면 KBS와 EBS의 이사진과 경영진이 정치적으로 굉장히 편향되고 뉴라이트 역사관을 가진 문제인사들이 선임됐죠. 특히 KBS 같은 경우 고대영 사장은 정치적으로 편향적인 보도를 했던 전력이 있는 문제 인사인데 사장으로 선임되어 그런 부분에서 우려를 낳은 것이 사실입니다.

여러 가지 스펙트럼으로 방송을 평가할 수 있겠는데 조금 테크니컬 하긴 하지만 인터넷 환경을 통한 방송시청이 지난해 많이 늘어나서 MCN이나 V앱 등 각자 플랫폼을 통한 방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해가 지난해였다고 볼 수 있고 더불어 중국시장의 확장도 계속 커지는 한해였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 권성민 전 MBC 예능 PD ⓒ 이영광 기자

“예능프로 중국 진출 늘어…현지서 회사 세우기도”

- 말씀하신 대로 최근 한국 예능 PD들이 중국에 진출하는데.

“중국 방송사 경우에 막 떠오르고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추세인데 그중에서 한국의 프로그램들 2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드라마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면 재작년부터는 예능프로그램이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어요.

초창기에 프로그램 포맷을 구매하는 형식이었는데 실패하는 사례가 생기는 거죠. 그래서 지난해부터는 본격적으로 한국 스텝들이 중국에 초청을 받아 현지에서 협업하는 사례가 늘었어요. 그런 사례가 확대되다 보니 한국에서 사업수완이 있거나 비즈니스적으로 확대해보고 싶다는 기획사나 연출자들 경우 중국에 직접 회사를 세우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했죠.

이건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이 있어요. 왜냐면 방송의 포맷이나 인기 등은 역사적 사례를 보면 지속해서 가는 것이 아니라 한번 유행처럼 지나갈 수도 있는 부분이라서 한국의 콘텐츠 인프라가 튼튼하지 않고 이런 현상이 벌어지면 단기간에 한 번의 유행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어요. 하지만 반대로 한국의 인프라가 끊이지 않고 받쳐준다면 이 경향이 새로운 수익 구조 방법으로 방송시장의 확대 구조적으로 한국의 콘텐츠 시장과 잘 접목되어 서로 공생하며 커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죠. 아마 올해가 그걸 결정하는 중요한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최근 대표 개그 프로그램인 KBS <개그콘서트> 시청률이 떨어졌어요. 그 원인 중 하나가 정치나 사회풍자가 없고 외모 등을 비하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많아요.

“프로그램을 오래 하다 보면 어떤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지만 어느 시기가 되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는데 갑자기 시청률이 떨어지는 시기가 반드시 오게 되거든요. 항상 시청률 탑을 유지하는 프로그램이라는 건 제가 PD 생활한 지 20년이 됐지만 있을 수가 없고 프로야구처럼 사이클링이 있죠. 그래야 서로 경쟁하며 퀄리티다 좋아지는데 <개그콘서트>에 대해 많은 분이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그만큼 사랑을 많이 받아서 이런 우려가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연출을 경험한 PD로서는 프로그램의 사이클이라는 것에 대해서 시청률이 떨어지는 걸 평면적으로 판단하긴 어려워요. 제가 보기에 가장 큰 이유는 <개그콘서트>가 상당 시간 동안 유일한 스텐드 코미디로써 아무런 경쟁자 없이 너무 많이 시청자의 사랑을 지속해서 받아왔어요.

▲ 지난 6월14일 KBS<개그콘서트> 정치시사풍자코너 '민상토론'은 정부의 메르스 대책을 풍자했다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행정지도를 받았다. <이미지출처=KBS 개그콘서트 화면 캡처>

그러나 이번에 <웃찾사>가 같은 시간대에 배치되고 상당히 선전하는 게 장기적으로는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거든요. <웃찾사>라는 경쟁시스템을 갖게 되는 것이 자극제가 될 것이고 그래서 <개그콘서트>의 경쟁력이나 하는 것도 상생하는 조건이 될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정치나 사회 풍자의 문제라든지 외모 비하 문제는 스텐드 코미디를 하면 항상 부딪히는 문제입니다. 시청자들에게 당부 드리고 싶은 부분은 스텐드 업 코미디란 건 굉장히 잘 짜인 각본 코미디가 아니라 현재 사회를 풍자할 수도 있고 무대 위에서 즉흥적인 대사를 할 수도 있어서 사회에서 받아주시는 시청자 폭이 넓어야 이 장르가 성공할 수 있어요. 그래서 스텐드 업 코미디에서는 아주 날카로운 정치비판도 가능할 뿐더러 우리가 계속 비판하는 슬랩스틱 코미디까지도 가능한 여유가 돼야 좀 더 코미디 장르가 성장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개그콘서트>의 침체를 여유를 가지고 보시면 어떨까 해요.

제가 듣기론 제작진도 시청자들이 지적하신 것뿐만 아니라 그것까지 포함해서 내부적인 개그맨들의 교체나 새로운 피를 수혈하기 위해 진통하는 과정을 겪고 있다고 들었거든요. 애정을 가지고 봐주시면 어떤 식으로든 개선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아무래도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건 지난해 <개그콘서트>가 방심위로부터 제재를 받아 그 영향으로 그렇게 된 것 아니냐는 견해가 있어요.

“상황적으로 방심위가 어처구니없는 심의를 해서 PD들도 화가 많이 났지만 사실 예능 PD들은 방심위 지적 사항에 대해서 심각하게 받는 분위기가 그때도 아니었고 이후로도 정치적인 관련 부분에서 제작진에게 직접적인 압력은 없었거든요. 그게 우연히 방심위가 이상한 심의를 해서 그런 정황적인 상황이 있었다는 건 이해하지만, 내부적으로 그런 상황은 아니었어요,” 

“KBS‧MBC 시사PD ‘암묵적 탄압’…기 꺾기 방식”

- 박근혜 정부 들어 볼 만한 시사 프로그램이 없다는 소리가 들리는데.

“이 부분은 시청자들에게 죄송해요. 지상파 3사가 모두 간판 시사프로그램이 있었고 그것이 뉴스보도와 다르게 정치권의 이면이라든지 탐사보도 본령의 모습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KBS나 MBC는 회사의 조직구조에서 시사를 당당 하는 PD들에 대한 암묵적인 탄압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특히 MBC는 교양국이 아예 해체되면서 PD들이 흩어졌고 KBS는 새로운 포멧의 시사프로를 1년 내내 요구했지만, 회사는 핑계를 대면서 새로운 시사 프로그램의 론칭을 허용하지 않았어요. 거기에 시사프로그램의 아이템이 조금만이라도 정부나 정치권에 눈치가 보인다면 최근엔 어떤 식으로 압력을 넣냐면 하지 말라고 하는 게 아니라 ‘이게 얼마나 귀찮냐’라는 거죠.

제작 PD도 분연히 떨치고 해야 될 것 같은데 아이템을 하는 순간 머리에 그려지는 거예요. 방심위도 불려가야 할 것 같고 반론도 담는 등 신경 쓸 건 많죠. 그러면 정상적인 방송사라면 사회문제를 통찰력 있게 꿰뚫어보고 직시하는 프로그램을 권장해야 하는데 그런 분위기가 아니고 계속 이런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PD들의 기를 꺾는 상황이 몇 년째 이어지기 때문에 이것이 지상파 프로그램의 힘이 없어 보이는 거죠.

그리고 저희 만드는 PD들도 여기 온 힘을 다 쏟아서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시사프로그램 볼만한 것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이 부분은 PD연합회도 가장 큰 고민이기도 하고 어떻게 힘들고 지친 PD들을 독려해 그래도 한국 시사 프로그램 발전을 위해 프로그램을 해야지 않겠느냐고 설득하는 것 또한 PD연합회의 가장 큰 고민이기도 합니다.” 

-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올해와 내년 큰 선거가 있잖아요. 중요한 건 프로그램에서 어떤 식으로든 정치 편향적이고 특히 정부의 특정 인사를 옹호한다든지 출연시키는 걸 절대 허용하면 안 되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외부 감시뿐만 아니라 PD연합회 자체 감시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철저하게 그건 막아내야 하죠. 두 번째는 시사 프로그램을 하는 PD들을 계속 제약하는 정치심의구조에 대해 계속 싸우는 수밖에 없죠.” 

“MBC, 권성민PD 복직되면 이상호 기자처럼 괴롭힐 것”

- 지난해 1월 웹툰을 그려 해직된 권성민 전 MBC PD가 지난 12월 9일 2심에서도 해고 무효판결을 받았는데.

“사실 법원의 판결은 놀라울 게 없었죠. 웹툰 그렸다고 해고하는 게 무슨 언론사인가요. 그런 언론사는 들어본 적 없기 때문에 법원 판결은 너무 당연한 판결이었죠. 법원 판결이 빨리 끝나서 권 PD가 당당히 MBC로 빨리 돌아가야 하는데 MBC 경영진이 2심 판결 나고 입장 발표를 보면 자기들은 전혀 잘못한 게 없고 법원 판결이 잘못된 것처럼 판사를 야단치더라고요. 솔직히 저는 MBC 경영진은 정신이 있는지 없는지 이해가 안 가는 상황입니다. 어찌 됐던 이 사태는 권 PD가 빨리 MBC에 복귀해서 출근함으로 최소한의 상식은 회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 지금 상황을 보면 대법원 판결이 나서 복귀한다고 해도 또 다른 징계를 하거나 비제작 부서로 발령낼 가능성이 있는데.

“MBC 경영진이 법적 자문해 봤을 거예요. 그래서 불리한데도 해고한 이유는 괴롭히겠다는 것이죠. 복직 판결나면 당연히 MBC는 이상호 기자 사례처럼 2차 징계를 하거나 아니면 비제작 부서로 돌려서 괴롭히겠죠.

그러나 저는 법원의 해고 무효 판결은 MBC 경영진은 비상식적이라는 큰 딱지가 된다고 봅니다. MBC 경영진은 어떤 식으로든 괴롭히는 걸 계속하겠지만 그 딱지를 받아 놓자는 거죠. 그걸 어쩔 순 없을 것 같은데 이 부분이야 말로 언론의 전체적인 변화가 정치권의 변화와 함께 더불어 행해져야만 MBC 문제도 해결된다는 걸 알 수 있는 사례 같아요.” 

“총‧대선 방송, 중립성 지키고 뉴라이트 영향력 막아내야”

-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부 언론정책은 없고 MB 8년 차일 뿐”이라고 하셨던데 1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인 것 같아요. 이런 상황에서 언론인들과 시민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나마 유일한 희망은 시간이 가는 거네요. 박근혜 정부 언론 정책은 공영방송의 이사를 선임할 때 좀 더 잘 드러난 것 같아요. 뭐냐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공영방송의 이사 선임을 통해서 간섭하는 정책을 해왔는데 이번엔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제가 보니 이사들 상당수가 뉴라이트 역사관을 가진 비방송 비전문가더라고요.

▲ 지난해 10월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 국감에서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공산주의자'로 규정한 것에 대한 야당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대한민국에서 비상식적이고 보편적이지 않은 역사관을 방송은 전혀 모르고 뉴라이트 역사관을 신념처럼 가진 분들 통해서 구현하려고 하는 박근혜 정부의 의도가 이번에 공영방송이사 선임을 하면서 적나라하게 드러났죠.

그래서 올해 총선도 있고 내년 대선도 있는데 방송에선 상당 부분이 뉴라이트 역사관을 가진 일부 사람들의 방송을 자기 입맛대로 하고 싶어하는 간섭을 막아내야 하는 것이 상당 부분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례로 내년이 뉴라이트에겐 중요하다고 해요. 그래서 역사적으로 편향된 프로그램을 어떤 식으로든 하고 싶어하는 상황이 벌어질 거예요. 때문에 지금은 교육계가 역사전쟁터지만 앞으로 방송 또한 그 영향을 받아서 역사 전쟁터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큰데 이 부분을 현업 PD들이 중심을 잘 잡고 막아내야 해요.

총선과 대선을 맞아 정치적 중립성을 어떻게든 확보하는 문제와 방송이 역사 전쟁터가 되고자 하는 뉴라이트의 영향력을 막아내야죠. 이것을 위해서는 현업 PD들의 내부적인 싸움이 중요하고 두 번째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걱정되는 상황이잖아요. 외부에서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과 같이 손을 잡고 방송을 지켜나가는 것이 올해 과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