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이 발표한 총선 출마 선언문이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의 지난 4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문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 유승민 의원의 연설문을 ‘베낀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인천 연수구 출마를 선언한 민 전 대변인이 지난 15일 자신의 공식 블로그에 올린 출마 선언문은 유승민 의원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문과 곳곳이 닮아 있다.

특히 “그동안 저는 ‘왜 정치를 하려고 하는가’라는 기본 명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하여 매일 스스로에게 질문하였습니다”라는 대목은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저는 매일 이 질문을 저 자신에게 던집니다”라는 유승민 의원의 연설문과 비슷하다.

또 민 전 대변인의 선언문에는 “제가 꿈꾸는 건강한 삶이란, 정의롭고 공정하며, 진실되고 책임지며, 따뜻한 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땀 흘려 노력하면 인정받고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이 당연한 세상입니다”라는 부분이 있다.

이는 유승민 의원의 “제가 꿈꾸는 보수는 정의롭고 공정하며, 진실되고 책임지며, 따뜻한 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땀흘려 노력하는 보수입니다”라는 연설문 내용과 단어의 나열과 순서마저 일치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표절’ 논란이 불거지자 온라인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 민 전 대변인이 설마 박 대통령이 ‘배신자’로 지목한 유승민 의원의 연설문을 표절했겠느냐는 냉소가 이어지고 있다.

시사평론가 유창선 씨는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진실한 사람’이 ‘배신자’의 연설문을 표절하다니..”라고 비꼬았고, 정의당 서울시당 서주호 사무처장은 “KBS앵커를 하다가 혼군 박근혜 대통령의 입, 대변인으로 발탁되었던 진실한 사람(?) 민경욱씨의 총선 출마선언문이 박통에게 축출되었던 유승민 의원의 연설문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고 설명하며 “추접함의 끝은 어디일까요?”라고 비난했다.

또 시사평론가 최영일씨는 “이건 참.. 다른 일도 아니고 언론인 출신에 청와대를 대변하던 사람이...”라며 “보좌관이 안티?”라고 촌평했다.

한편, 민 전 대변인은 표절 논란에 대해 <뉴스1>과의 통화에서 “그럴 리가 있는가. 보좌진이 출마 선언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한번 알아보고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말했고, 그 후 언론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겨레>에 따르면, 민경욱 선거사무실 관계자는 “출마선언문은 기본적으로 예비후보자가 썼고 주변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같이 논의했다”며 “이 과정에서 좋은 글귀를...(참고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