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협회장이 세월호 청문회 보도를 제안한 것에 대해 “편집권 침해”를 주장했던 보도본부의 한 간부가 내부 게시판에 이와 관련 사과글을 올린 지 하루 만에 평기자로 인사조치 됐다.

<미디어스>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자협회장의 특정기사 보도 요구는 명백한 ‘편집권 침해’이다>라는 성명에 이름을 올렸던 임장원 경인방송센터장은 21일, 기자들만 열람할 수 있는 보도정보시스템에 사과글을 올렸다.

임 전 센터장의 사과글에는 ‘기자협회장의 발언을 압력으로 느끼지 않았음에도 서명에 참여한 것이 부끄럽다’면서 ‘공정하고 균평 잡힌 보도를 지향한다면 기자협회장의 목소리를 소중하게 여겨주시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부끄러움을 안고 부서장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김인영 보도본부장에 거취에 대한 의사를 밝혔고, 글을 올린 지 하루만인 22일, KBS는 임장원 센터장을 경인방송센터 소속은 유지하되 평기자로 인사발령 조치했다.

<미디어스>는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임장원 센터장은 휴가를 신청했으나 이조차 반려된 채 이례적으로 빨리 인사조치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 <사진제공=뉴시스>

앞서 지난 16일, 이병도 기자협회장은 보도본부 아침 편집회의에서 ‘세월호 청문회 마지막 날인 만큼 마무리하는 보도를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정지환 보도국장은 “아이템에 대한 기자협회장의 발언은 부장들에게 압박으로 비춰질 수 있고, 따라서 편집권 침해”라고 발언했고, 기자협회장이 “편집권을 존중한다. 참고해 달라는 의견 개진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보도국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급기야 보도본부 국‧부장단은 다음날 성명을 내고 “기자협회장의 행위는 의견제기가 아니라 압력이었고, 그런 만큼 명백한 편집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 <이미지출처=민주언론시민연합>

KBS는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3일 동안 진행된 세월호 1차 공개 청문회 소식을 메인뉴스에서 단 2개의 단신으로만 처리했다.

KBS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해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KBS 현직기자는 <미디어스>에 “세월호 청문회 관련 리포트를 9시 뉴스에서 1번도 안 한 것이 잘된 편집권 행사였다고 주장하는 건가”라면서 “한 두 사람의 판단도 아니고 최소 20년 이상 뉴스를 다뤄온 보도국 국·부장들이 회의를 거쳐서 결정한 게, 세월호 청문회가 9시 뉴스에 다룰 만한 뉴스가 아니었다고 하면 그 판단력을 존중받기 힘들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런가하면 뉴스타파 박중석 기자 (前 KBS 기자)는 23일 트위터를 통해 “KBS에선 이제 ‘물대포’ 용어가 사라지고 ‘물줄기’가 됐다. ‘재벌’은 혐오스러우니 ‘대기업집단’으로 순화하고 앰부시(돌발)인터뷰는 상대방에게 모욕적이니 하지 말란다. 세월호 청문회 마지막날 제발 9시뉴스에 다뤄달라는 평기자 대표의 요청은 ‘압력행사’란다”며 KBS의 현 상황을 비판했다.

최경영 기자도 “경찰의 물대포를 살수차 물줄기로 물타기한 그 누군가가 정말 있었구나”라고 개탄하며 “단신까지 이따위로 바꿔놓은 편집간부들은 떳떳하다면 스스로 정체를 밝히라”고 질타햇다.

그는 “이렇게 시청자를 현혹시키고 권력에 꼬리를 살랑거리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는 게 너희 케베쓰(KBS)보도국 간부들이 주장하는 알량한 편집권이냐”면서 “정말 말도 안 되는 허무맹랑한 인간들이 가장 중요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구나. 언론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