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박근혜 대통령 얼굴 그림에 ‘독재자의 딸’이라는 문구가 적힌 ‘민중총궐기대회’ 홍보포스터를 문제 삼아 떼 가면서 “박 대통령이 독재자의 딸이라는 근거를 대라”고 요구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마포구 구수동에서 가구공방을 운영하는 황모씨는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좀 전에 제가 운영하는 공방에 경찰 6명이 와서 누가 신고를 했다며 이 게시물들이 명예훼손이라며 제 공방에 붙여 둔 게시물을 떼어냈다”고 밝혔다.

황씨는 이 같은 상황을 전하면서 “민생‧민주‧역사파탄!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이대로는 못 살겠다!”, “독재자의 딸”이라는 문구가 적힌 1차 ‘민중총궐기대회’ 홍보 포스터 사진을 함께 게시했다.

경찰이 문제 삼은 것은 박 대통령 얼굴 그림과 함께 적힌 ‘독재자의 딸’이라는 문구다.

황씨는 “(경찰에)무엇이 명예훼손이냐고 물었더니 ‘독재자의 딸이라고 적혀있어서 명예훼손’이라고 했다”며 “그래서 독재자의 딸은 맞는 것 아니냐 했더니 (경찰이) ‘독재자의 딸이라는 근거가 뭐냐’고 되물어서 제가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황씨는 경찰이 해당 포스터를 증거물이라며 떼어갔다면서 “겨우 이 일에 경찰 5~6명이 공방으로 쳐들어왔다. 우리나라 지금 심각한 것 맞지요?”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go발뉴스’는 사실 확인을 위해 마포경찰서 담당 경찰관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회의중이라 전화연결이 어렵다”는 답변만 받았다. 대신 지능팀의 한 관계자는 “발생보고를 받은 것은 맞다”고 확인했다.

경찰의 이 같은 대응에 대해 한 현장 경찰관은 ‘go발뉴스’에 “만약 실제로 경찰이 황씨 주장대로 대응을 한 게 맞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서 “포스터 한 장으로 경찰력을 그것도 5~6명이나 보낸 것은 도를 지나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번 건의 경우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있다”면서 “표현의 자유라든지 이런 부분은 광범위하게 보장을 해줘야 하는 게 헌법상의 국가의 책무다. 그걸 불필요하게 논란을 만든 게 아닌가 싶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편, 온라인상에서도 해당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의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이정렬 전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헌법 제27조 제4항 ‘무죄추정의 원칙’도 모르냐”면서 “독재자의 딸이 아니라는 근거를, 유죄라고 주장하는 너님들께서 대셔야죠”라고 일갈했다.

그는 “아무리 헌법이 무시당하는 세상이라지만, 아실만한 분들께서 왜 그러시나”면서 “그러면서 무슨 법치주의를 한다고..”라고 비난했다.

방문진 야당 추천 이사인 최강욱 변호사(법무법인 청맥)는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부인하려면, 박근혜가 독재자의 딸이 아니라는 걸 먼저 경찰이 명백하게 입증하는 게 순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사법부가 시퍼렇게 살아있다면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위헌과 불법, 막무가내식 월권을 법무부와 경찰이 앞장서 저지르며 나대는 이유, 그 처참한 현실에 대해 우리 대법원은 무슨 생각을 할까”라고 개탄했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박정희가 불법사찰, 체포, 고문, 살해를 저지른 희대의 독재자라는 것은 법으로도 다 밝혀진 사실이니 저 경찰들을 파면하고 경찰은 저 가게에 배상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용마 MBC해직기자는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이미 끝장났다!”고 통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