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 총궐기 대회가 끝난 지 2주가 되어가지만 대한민국은 후유증을 앓고 있다. 지난 14일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전남 농민회 백남기씨는 아직도 사경을 헤매고 있지만 강신명 경찰청장 등은 “안타깝기는 하지만 적법했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민중 총궐기 대회의 폭력성을 부각시켜 불법집회로 매도하며 온갖 막말을 쏟아내고 급기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4일 국무회의에서 시위대를 이슬람 테러집단인 IS에 비유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봐야할지 궁금하여 차벽의 위법성 등을 이끌어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으로 법무법인 이공의 박주민 변호사를 24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 시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다음은 박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박주민 변호사 Ⓒ 이영광 기자

- 지난 14일 열린 민중 총궐기대회가 있었어요. 현장에 계셨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현장에 계속 있지는 못했습니다. 당일 저는 세월호와 관련한 행사가 있어서 4시 넘어까지 그곳에 있다가 방송 인터뷰 요청을 받고 종로구청 사거리 쪽으로 이동했습니다. 제가 종로구청 사거리에 다다를 무렵 행진 대오도 그곳에 이르렀는데 이미 차벽은 설치된 상태였습니다. 행인분들이 지나갈 수 없다며 항의하는 모습들을 보았는데 아마 통행로도 확보가 안 되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저도 인터뷰 후 경복궁역으로 이동할 때 통행로를 못 찾아서 종로3가역으로 되돌아가 지하철로 이동하여야 했습니다. 또 행진 대오가 차벽 앞에서 멈추어 서서 자리를 정돈하고 있을 때 벌써 살수가 시작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떤 폭력적인 장면이 연출되기도 전에 말이죠. 이런 상황들을 보면 적어도 종로구청 사거리에서는 경찰이 집회관리를 합헌적, 합법적으로 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습니다.”

“경찰 살수 운영지침의 위법성부터 따져봐야”

- 현재 논란이 되는 게 물대포를 직사로 쏜 것입니다. 하지만 이건 위법이라던데.

“그건 잘 못 아시는 거예요. 물대포 가슴 위로의 직사는 안 된다는 규정은 없어요, 2008년 촛불집회 이후로 바뀌어 규정이 없어진 것으로 알고 있어요, 즉 현재 규정만 보면 쏠 수는 있다는 거죠.”

- 그럼 법적 문제는 없나요?

“있죠. 이렇게 말하려면 두 가지를 먼저 되짚어 봐야 해요. 경찰이 규정대로 쐈다고 했을 때 규정은 ‘살수차 운영 지침’이란 경찰 내부 지침이에요. 거기에 3천rpm 이하로 쏘라고 되어 있고 규칙 위부터 법까지에는 ‘필요 최소한도 내에서 쏴라’라고만 되어 있어요. 그래서 당시 2800rpm으로 쐈으니 규정을 지켰다’고 얘기를 한단 거예요.

여기에서 따져봐야 할 첫 번째, 법이 정한 걸 지침이 뛰어넘으면 안 되거든요. 법에서 말하는 필요 최소한도 내라는 말에 직사 살수가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에요. 그리고 3천rpm에 대해서도 따져봐야죠. 즉 지침 자체에 위법성 여부를 따져 봐야 해요.

그러나 제가 생각했을 때 직사 살수는 2014년에 나온 헌법재판소 판결문을 보면 직사 살수 자체가 기본권 침해적이고 소수의견은 이에 더 나아가 위헌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직사 살수를 지침에서 허용하는 게 법이 위임한 안의 범위에 들어가는지 의문이고 직사 살수 할 때 거리, 대상, 상황은 상관없이 3천rpm 아래로만 쏘면 되느냐는 것도 아닐 수 있어요. 그래서 지침에 따랐으니 합법으로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지침 자체가 적법한 내용을 담고 있는, 지침이 합법이냐를 따져봐야죠. 그런데 제가 봤을 땐 이 지침 자체가 이미 법률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여요. 그래서 지침을 따랐다 하더라도 위법 또는 위헌이라고 얘기하는 거죠.”

▲ <사진제공=뉴시스>

- 여러 단체가 있었지만, 민주노총이 주도했잖아요. 그런데 민주노총이 너무 안이한 태도가 아니었냐는 주장도 있어요. “정부가 초강경 대응을 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라서 경찰이 어떻게 나올지 예상되는 상황이었죠. 그런 부분에서 조금 더 여러 고민이 있고 그게 집회현장에서 제대로 발현될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하지만 예전과 달리 집회에 참여하는 분들이 다양해지다 보니 집회 주최 측과 참여자가 일방적인 지휘-복종의 관계가 아닙니다. 아마 세밀한 지침을 마련하는 것도 어려웠겠고, 마련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실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 않았을까 합니다. 따라서 안이했다고 단순하게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나 고민은 있어야 하죠.”

“기본권 침해된 시민, 불법한 공무집행 행위에 저항 가능”

- 차벽 설치는 위법이지만 그렇다고 차벽을 넘기 위해 차를 훼손하는 것도 정당화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헌법재판소는 차벽이 합헌적이기 위한 요건 등을 밝혔습니다. 차벽이 아니면 막을 수 없는 중대하고 명백한 위험이 급박하게 닥쳐야만 차벽을 설치할 수 있고, 이렇게 설치할 경우 통행로를 곳곳에 마련하여 통행에 불편을 초래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14일 집회 당시 설치된 차벽은 위와 같은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보입니다. 광화문 방면의 차벽의 경우 행진이 시작되기 30분 정도 전에, 종로구청 사거리는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이 행진 대오가 그곳에 도착하기도 전에, 안국역 방면 역시 행진대오가 나타나기도 전에 차벽들이 설치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헌법재판소가 이야기한 차벽 설치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것입니다. 위헌적인 차벽은 당연히 불법한 것이 됩니다.

불법한 공무집행에 의해 기본권이 침해된 시민은 그 공무집행에 대해 저항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저항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개별적인 상황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만 따라서 위법, 위헌적 차벽에 대해 집회참가자들이 저항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런데 훼손을 하는 것까지가 허용되느냐는 차벽이 가지고 위헌성, 위법성의 크기에 따라 판단되어야 할 것입니다.”

- 차벽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란 말이죠. 그렇다면 차벽을 넘지 말고 무력화시킬 방안은 없을까요?

“차벽이라는 것이 현장에서 보면 굉장히 높습니다. 집회 참가자들과 일반 시민을 분리시키고 집회참가자들을 고립시키지요.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정말 말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힘들게 집회에 나왔는데 높다란 차벽이 모든 것으로부터 고립을 시킨다고 느끼게 하니 차벽을 넘어서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만약 차벽을 넘지 않고 무력화시키려면 멀리 돌아서서 가야 할 텐데요. 요즘에는 이동형 차벽도 있어서 이것도 쉽지 않습니다. 상당히 어려운 문제일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넘으려고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 우리나라 집회가 원래 폭력적이어서 차벽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어떤가요?

“유럽의 집회는 옆에 있는 차량은 불타고 상가는 약탈당해요. 우리나라는 경찰과 충돌뿐이에요. 가정을 바꿔보죠. 경찰은 시위대가 폭력을 행사하려고 해서 막았다고 하는데 시위대 주변 민간인에게 폭력을 행사한 사례는 한 번도 보고된 적이 없어요. 경찰이 막을 때 그들과 부딪히죠. 그럼 반대로 경찰이 물리력을 쓰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유럽은 경찰이 있든 없든 민간 상점을 때려 부숴요.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니란 거죠.”

▲ <사진제공=뉴시스>

“美 폴리스라인은 시위 참가자들과의 약속…한국과 달라”

-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이번 시위에 대해 “미국선 경찰이 시민 쏴 죽여도 무죄”라고 했는데.

“그분 미국에 보내보고 싶어요. 1960년대 미국은 폭동이 많았어요, ‘드림걸즈’란 영화를 보면 디트로이트시가 전소 되요. 그래서 대통령 산하 특별위원회를 만들고 왜 시위가 폭동으로 변질하는지 연구해요. 결론은 경찰의 과도한 개입으로 해산하려고 해서라는 거예요. 그래서 그 뒤로 미국은 대화 위주로 집회 관리방식을 바꿔요. 그래서 미국 경찰이 치는 폴리스 라인은 자의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시위 참가자들과 대화로 약속을 합니다. 그러니 넘으면 강력하게 할 대의명분이 있죠. 그리고 약속이기 때문에 시위참가자도 넘으려고 잘 안 해요. 그러나 우리나라는 경찰이 마음대로 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집회 관리 방식과 우리나라 집회 관리 방식이 같다는 전제가 없는데도 비교하는 건 안 맞죠.”

“‘靑으로 가자’ 구호, 안하무인 정부 비판 정치적 레토릭”

- 요즘 집회 형태를 보면 광화문이나 서울광장에서 모여 거리행진을 해서 청와대 간다는 게 계획인 것 같아요. 그러나 꼭 청와대 앞까지 갈 필요가 있나 생각이 들어요. 이에 정의당 부설인 조성주 미래 청년 정치센터 소장은 “시위대가 청와대 가려고 하지만 막상 경찰들이 막지 않아 청와대 간다면 할 게 없어 멘붕에 빠질 것 같다”라고 주장해요. 즉 차벽을 넘는다든지 청와대 앞에 간다는 목적은 정해져 있지만, 그 이후 계획은 없다는 것인데 어떻게 보세요?

“저도 동의해요. 사실 ‘청와대에 가면 무엇을 하겠다’가 구체적으로는 없지요. 그래서 ‘청와대에 가자’라는 것은 정치적 레토릭에 가까운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주요한 쟁점들의 경우, 예를 들어 국사 교과서 국정화나 노동 개악 등의 경우 청와대가 밀어붙이고 있다는 인상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문제들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싶은 분들은 청와대에 목소리를 전달하고 싶으실 것입니다. 그래서 이분들이 정치적 레토릭에 그치더라도 청와대로 가자고 한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 대규모 집회를 서울에 모여 하는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모든 이슈에 대한 집회를 서울에서만 한다면 문제가 있겠지요. 그러나 최근의 양상을 보면 지방에서도 지역 촛불 등을 전개하다가 날을 잡아서 서울로 모이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있습니다.”

▲ 정갑윤 국회부의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복면 금지 등)' 발의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복면금지법, 경찰의 자의적 판단과 법집행 위험 다분”

- 지난주 새누리당이 집회나 시위할 때 복면을 쓰지 못하도록 법을 만들겠다고 하던데.

“2003년에 이미 헌법재판소는 집회 참가자가 복장을 자유롭게 선택할 자유가 집회의 자유에 의해 보장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복면 금지법안은 위 자유를 제한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필요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고 명확하게 금지되는 행위의 한계가 정해져야 합니다.

개정안을 보면 ‘폭행 폭력 등으로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집회 또는 시위의 경우에는 신원확인을 어렵게 할 목적으로 복면 등을 착용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 내용을 보면 금지하는 복장이 ‘복면 등’이라고 되어 있어 어떤 것이 이에 해당하는지 매우 불명확하여 경찰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원확인을 어렵게 할 목적이라는 내심의 의사를 요구하고 있는데 내심의 의사를 판단하는 함에 있어서 역시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찰의 자의적 판단과 법 집행이라는 위험이 뒤따르게 될 것입니다.

어떤 집회에서 최종적으로 폭행이 발생할지 말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혹시 폭행이 발생하면 처벌될 수 있기에 복면을 아예 착용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복면 등으로 신원을 가리지 않고서는 집회에 참석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들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성매매 여성분들이나 아니면 에이즈 감염자분들 등이요. 이런 분들과 같이 이미 사회적으로 많은 차별을 받고 계신 소수자들의 경우 신원이 드러나는 것 자체가 엄청난 위험이기에 신원을 드러내어 사회적 위험을 감수하든, 신원을 가려 처벌을 받을 위험을 감수하든 양자택일하지 않고서는 집회에 참석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복면 금지법안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 대부분 복면 금지법안을 가지고 있는 나라들은 집회나 시위가 대규모로 일어나면 상가에 대한 약탈, 방화, 민간 차량에 대한 파손 등이 일어납니다. 사실 복면 금지는 이러한 행위를 막기 위한 것이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집회 참가자가 인근 상가를 약탈했다든지 하는 일이 보고된 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복면 금지라는 법안의 필요성도 그들 나라에 비하면 적거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런 점도 법안의 문제점과 함께 고민된다면 입법에 대해서는 더욱 부정적입니다.”

“민주국가 지도자가 자국민을 IS에 비유?…매우 부적절”

- 오늘(24일) 박근혜 대통령이 시위대를 IS에 비유해 논란인데.

“집회나 시위는 기본적으로 기본권행사입니다. 앞서 미국 이야기를 해드렸지요. 자꾸 폭동이 일어났을 때 미국은 경찰장비나 경찰력을 증강하여 시위나 집회를 못 하게 하는 식으로 풀지 않고 집회나 시위는 당연히 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어떻게 하면 폭동화가 되지 않을까를 고민했었습니다. 민주국가의 지도자라면 이런 식으로 생각해야지요. 어떻게 자국민을 IS에 비유합니까. 현재 IS는 전 세계적으로 말살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어요. 자국민을 말살의 대상에 비유한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