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한국형전투기(KF-X) 사업관련 공청회에서 관련 전문가들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방과학연구소 이범석 3본부 2부장, 전영훈 골든이글공학연구소장, 이경태 항공안전기술원장, 안영수 한국산업연구원 방위산업팀 선임연구위원, 조진수 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 이희우 충남대 종합군수체계 연구소장. <사진출처=뉴시스>

어제(17일) 국회 국방위 KF-X 공청회 보셨습니까? 제가 과학자는 아니지만 어제 공청회에 나온 일부 과학자들의 언사에 대해서는 개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일부 인사의 발언은 과학자의 언어가 아니라 정치인의 언어, 즉 비과학적 언어였습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10년 전의 황우석 사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줄기세포 논란이 거세질 무렵 황우석 박사가 언론 앞에 섰습니다. 자신의 연구의 진실성을 입증해야 하는 자리에서 황 박사는 엉뚱하게 자신의 업적은 간략하게 제시한 후 “이런 성취에 저는 민족적 자부심을 느꼈습니다”라는 비장한 발언을 했습니다. 생중계로 이를 지켜보던 저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가졌습니다. 황 박사의 입에서 나오는 발언은 온통 자부심, 민족, 영광, 성취와 같은 단어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연구의 진실성을 논하는 자리에서 애국심에 호소해서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려는 의도가 드러난 반과학적 언사였습니다. 이후 황 박사의 줄기세포는 가짜로 밝혀지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제 공청회에 나온 일부 인사가 지금의 KF-X에 대한 비판에 대해 “과학적 성취에 대한 모욕”이라는 거친 언사를 내뱉더니 몹시 흥분한 어조로 국가, 자부심, 성취와 같은 단어를 마구 섞어서 한국형전투기 개발강행을 주장했습니다. 게다가 한국의 전투기 개발능력을 측정하는 기술수준이나 기술보유에 대한 객관적 평가 결과는 매우 중요한 수치임에도 불구하고 “기술보유 수준이 14%건, 90%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평가절하하며 특별한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개발할 수 있다”는 말을 되풀이했습니다. 저는 황우석 사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학자가 과학자의 언어로 말하지 않으면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이 분의 행태를 보면 바로 옆에 있는 비판론자의 말에는 반박하지 않으면서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던 저와 정의당의 주장만 집중 공격했습니다. 이건 참 비겁한 짓입니다. 논쟁을 하려거든 옆에 있는 사람하고 하지 왜 발언기회가 없는 저를 공격합니까? 저와 똑같은 주장을 옆에 앉은 사람이 하고 있는데요. 이건 과학자로서 용기 있는 행동이 아닙니다.

연구의 진실성이란 과학적 방법론의 일반원칙을 준수할 때 입증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단계가 있는데, 첫 번째는 상상력의 단계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미래를 보는 망원경을 갖게 됩니다. 두 번째는 비판정신의 단계입니다. 분석과 검증과 평가의 단계입니다. 여기서 망원경에서 나타난 상이 구체적 현실로 번역됩니다. 그런데 어제 일부 과학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첫 번째 단계는 있는데, 두 번째 단계는 없습니다. 아무런 데이터도, 객관성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더 놀라운 건 이런 주장을 한 이 과학자께서는 작년 5월 청와대 주철기 수석이 주관한 ‘KF_X 대책회의’에서 “미국은 핵심기술을 이전한다”는 주장으로 정부 정책을 혼란에 빠뜨린 주역이십니다. 그런데 어제 공청회에서는 “미국이 핵심기술을 이전하지 않는다는 건 전문가들이 다 알고 있던 얘기”라고 말을 바꾸었습니다. 이것이 저를 슬프게 합니다. 그렇게 다 알고 있던 이야기라면 왜 직언을 할 수 있는 그 무수한 기회에 침묵했습니까?

저를 포함해서 많은 전문가들이 미국의 기술이전에 우려를 표명했고 대책을 촉구했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본인께서는 무엇을 하셨습니까? 저는 진실성을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