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건물 광고판에서 고공농성 중인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폭염의 날씨 속에 식수 및 식사 반입 등이 끊겨 일주일 동안 ‘강제 단식’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아차 화성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최정명·한규협씨는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화’를 촉구하며 1일 현재 52일째 인권위 옥상 광고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에게 식사와 생필품 전달이 끊긴 것은 지난 25일 점심부터다. 인권위 옥상의 광고판 관리업체인 ‘명보애드넷’은 법원의 가처분결정을 근거로 식사와 생필품의 전달을 직계가족으로 한정했다. 업체는 이를 증빙하는 서류와 신분증도 요구했다. 두 농성자의 가족들이 육아와 생계를 포기하고 농성장에 종일 함께 있어야 식사가 가능한 것이다.

이에 노조는 28일 국가인권위에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노조는 “아사직전의 농성자들을 광고업체의 잔인한 횡포로부터 긴급구제해 달라”며 최소한의 식사와 식수 등을 전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긴급구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인권위 조사관은 “긴급구제를 기각한 것이 아니라 긴급구제 조사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결정하지 않은 것”이라며 “식사 자체를 금지한 것이 아니라 식사를 전달하는 사람에 대한 제한이기에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본 것”이라는 설명이다.

▲ <사진제공 = 뉴시스>

노조는 ‘강제 단식’ 7일째인 31일 저녁, 우여곡절 끝에 식사를 올려 보냈다. 기아차 대책위 남동호씨는 ‘go발뉴스’에 “전날 저녁에 제지가 있었지만 죽을 드렸다”며 “25일부터 강제적으로 단식을 하고 있어 어제 처음 식사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남씨는 “오늘 아침에도 관리인과 마찰이 있긴 했지만 식사를 전달했다”면서 “식수와 생필품도 올라가지 못했기에 탈수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대책위는 7일째 물과 식사반입을 가로막는 것은 ‘잔인한 횡포’라며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긴급 성명을 통해 “치졸한 보복으로 농성자들을 굶기고 탄압하는 것이라면 이는 명백한 살인미수”라며 “반인권적 흉악범죄에 해당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7일 만에 어렵게 식사를 전달했지만, 인권위에 긴급구제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언제든 ‘강제 단식’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남씨는 “인권위와의 이야기가 잘 풀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해당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인권위 옆에서 시위하는데 인간적으로 밥이랑 물은 줘야지. 대기업을 개인이 이길 수 있나 의견 듣고 존중하자”(먹고살******), “가족 없는 사람은 시위도 못하겠네”(알밤**), “잔인한 정부 인권위 이름 바꿔라”(느리*****) 등의 반응들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