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선체 수중 촬영 영상을 공개하며 “시신 유실방지 대비를 철저히 해 세월호를 봉인하겠다던 정부 약속과 달리 유실 방지 조치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29일 4.16 가족협의회와 4.16 연대는 서울 중구 가톨릭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6월과 9월 해양수산부가 촬영한 선체 외부 영상을 공개했다.

정성욱 가족협의회 인양분과장은 “지난해 11월 정부가 수색을 중단하면서 뚫린 창문에 차단봉과 그물망 등을 설치한다고 약속했지만 확인해보니 선체 봉인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며 “그물망을 단단히 고정시켰던 자석조차 쉽게 떨어지는 상황이었고 유실대비를 한 흔적조차 없는 창문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정 인양분과장은 “유가족이 수중촬영을 하겠다는 것이 바로 이런 유실방지 대비가 잘 되어 있는지 확인을 한 후 인양을 하기 위함이다”며 “형편없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인양 했을 경우 시신이나 유실물이 어디로 갈지 모르니 정비를 한 다음에 인양 하자는 것”이라고 요구했다.

▲ ⓒ go발뉴스(나혜윤)

이날 가족협의회 등은 ‘세월호 인양, 진상규명, 안전사회 대안마련과 추모지원을 위한 82대 과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550만명이 넘는 시민들의 서명이 모여 특별법이 제정되고 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정부는 집요하게 활동을 방해했다”며 “해수부의 일방적 시행령 제정으로 진상조사가 파견 공무원 중심으로 이루어지게 하고 민간인 조사관 수를 대폭 줄였으며 예산도 한 푼도 지급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 여당이 특조위의 활동을 가로막고 진실규명에 한 발짝도 다가서지 못하게 하는 상황에서 4.16 가족협의회와 4.16 연대는 ‘우리가 밝혀야 할 진실’에 대해 국민들에게 구체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며 “특조위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정부가 진실을 가리는 행위를 더 이상 못하도록 하기 위해 직접 과제를 밝힌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가족협의회는 ▲세월호 인양 3개 특별과제 ▲진상 규명 11개 분야 33개 과제 ▲안전사회 대책 4개 분야 24개 과제 ▲추모지원 6개 분야 22개 과제 등 총 82개 과제를 발표했다. (☞ ‘82대 과제’ 세부사항 보러가기)

세월호 인양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온전한 인양, 피해 가족의 참여 아래 투명한 공식기구 설치, 시신 유실 방지 및 선체 훼손 방지 조치를 요구했고, 진상규명 과제로는 참사의 직접적 원인, 해경·해군의 잘못된 구조와 해경의 진상은폐 시도, 청와대의 부실대응 및 진상 은폐시도, 언론의 오보, 수사기관 등의 은폐시도 등의 과제를 제시했다.

또한 안전사회 대책 과제로는 안전에 대한 기본정책방향 점검, 재해·재난 예방을 위한 대책을 영역별 검토로 하는 등 24개 과제를 꼽았고, 추모지원 과제에 대해서는 국내 재난참사 피해자들의 지원 지침 마련, 세월호 피해자들의 실질적 지원 방안 마련 등 22개 과제를 선정했다.

▲ ⓒ 4.16연대

장훈 4.16 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장은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팽목항에서부터 유가족들을 얼마나 혼란스럽게 만들고 책임지는 이 하나 없나”라며 “직접 침몰의 원인이 뭔지, 해경이 왜 구조를 안했는지 아니면 못했는지 왜 유가족들을 사찰하고 다니는지 알아야 한다. 일반 국민으로 살고 싶다. 내 아들 없는 세상에서 진실을 알아야 인간답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최명선 4.16연대 안전사회위원회 위원은 “안전사회 과제 핵심기조는 대형사고 원인과 진상규명, 재발방지대책의 적정성 재검토가 되어 왔느냐는 것”이라며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각종 비리 당사자들은 항소심에서 모두 무죄 혹은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나고 있다. 과연 민관유착의 고리는 끊어질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한편, 가족협의회는 특조위에 “특조위의 활동을 진상은폐위원회로 변질시키려는 세력과의 싸움은 피할 수 없다. 만약 이에 굴복한다면 제 역할을 못한 채 시간만 버리게 될 것”이라며 “이럴 때 특조위가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려면 피해자와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시민들에게는 “과제의 완수를 위해 중단 없는 싸움을 계속 해나가는 요청을 드린다”며 “시민들의 의지가 없다면 이 싸움은 승리로 이어지지 못할 것이다. 과제를 기억하고 알리면서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지치지 말고 함께 싸워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