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본부장 권오훈)가 “국정원 해킹 보도, 언론이란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가”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최근 국가정보원 해킹 프로그램 구입과 관련한 ‘사찰 의혹’에 대한 자사 보도를 비판했다.

23일 KBS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KBS ‘뉴스9’가 관련 사실을 처음으로 보도한 것은 한국일보가 첫 보도를 한 지 5일이 지난 14일이었다”며 “국회 정보위가 열려 국정원이 이탈리아 업체로부터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한 사실을 공식 시인한 날이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날 ‘뉴스9’에서는 뉴스 중반인 11, 12번째 꼭지로 [국정원, ‘북한 해킹 대비 프로그램 구입, 사찰 없었다’], [국정원 구매 ‘RSC 해킹’.. PC·스마트폰 정보 ‘줄줄’] 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보도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관련 사안을 보도한 첫 리포트였음에도 불구하고 내용은 철저하게 국정원의 해명 위주로 보도 됐다”며 “국정원이 해명한 내용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나 검증 시도는 전혀 없었다”고 꼬집었다.

▲ <사진제공=뉴시스>

노조는 1보 이후의 보도들도 ‘황당하다’며 문제제기 하고 나섰다.

이들은 “‘정부 고위 관계자’라는 익명의 취재원을 인용해 국정원이 해킹 프로그램을 적용한 IP는 모두 87개였으며, 이는 모두 외국인 소유로 상당수는 북한 공작원과 연계된 인사라는 단독 보도였다”며 “그런데 이 같은 주장의 근거는 관계자 주장 이외에 아무것도 없었고 주장의 신빙성에 대한 최소한의 의심이나 문제제기 또한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JTBC 1/8에 불과한 보도량.. 기획·탐사보도 전무

또한 “국정원의 해명을 전하는 데는 적극적이었지만 관련 사안을 보도하는 데는 지극히 소극적이었다”며 “언론에 첫 보도된 지난 9일부터 22일까지 14일간 KBS 리포트는 8건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10건을 보도한 SBS에 비해서도 적었고, 64건을 보도한 JTBC에 비해서는 불과 1/8밖에 되지 않는 보도량이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국가 정보기관이 현행법을 어겨가며 민간인에 대한 사찰을 벌인 게 아니냐는 관련 증거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공영방송 KBS는 사건 발생 2주가 넘게 지나도록 아무런 검증보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며 “보도본부 수뇌부들은 검증 보도에 대해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다. 이미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히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것일까?”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조대현 사장이 취임하고 강선규 보도본부장이 임명된 지 1년이 지났다”며 “조 사장 취임 직전 문창극 총리 후보자 검증 보도로 반짝했던 KBS 보도는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부당한 보도 개입으로 인해 직원들로부터 쫓겨났던 길환영 전 사장 시절로 정확히 되돌아갔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공정방송을 되찾겠다는 직원들의 열망을 무참히 짓밟은 조 사장과 강 본부장에 대해 준엄한 심판을 내릴 것”이라며 “그들이 저질렀던 공정방송 훼손의 사례들을 공영방송 역사에 하나하나 분명히 기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