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기자를 사칭해 천안함 사건 관련 연구자의 컴퓨터에 해킹 프로그램을 심으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 국정원이 관련 사실을 시인했다.

<미디어오늘>은 14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이병호 국정원장과 김규석 국정원 3차장이 미디어오늘을 사칭, 천안함 전문가에 보내는 문의사항이 담긴 MS워드 문서를 작성해 이탈리아 ‘해킹팀’에 보냈는지 여부에 대해 “보낸 것은 맞다”고 시인했다는 한 정보위원의 말을 전했다.

다만, 국정원은 천안함 전문가를 상대로 한 것은 아니고 “대북첩보라는 업무의 일환이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뒤 왼쪽은 한기범 국정원 1차장, 김수민 2차장. <사진제공=뉴시스>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되자 <미디어오늘>은 15일 국정원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디어오늘>은 “[알림] 미디어오늘 기자 사칭, 국정원에 법적 책임을 묻겠습니다”란 제목의 사고를 통해 “국가정보원이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해 국민들을 사찰해 왔다는 정황이 드러났다”면서 “특히 미디어오늘 기자를 사칭해 누군가에게 천안함 취재 문의를 하는 척하며 스파이웨어를 발송한 정황은 충격적”이라고 전했다.

이어 “미디어오늘은 추가 취재를 통해 국정원 사찰 의혹의 전모를 파헤치는 동시에 미디어오늘 기자 사칭에 대해서는 국정원에 법적 책임을 묻고 손해배상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정원이 ‘해킹팀’에 보냈다는 해당문서는 ‘천안함 1번 어뢰 부식사진 의문사항 문의(미디어오늘 조현우 기자)’ 1장짜리로, 1번 글씨가 어떻게 지워지지 않을 수 있느냐는 에클스 미국 조사단장의 발언과, 최근엔 1번 글씨가 쓰여진 부분이 완전히 없어졌다는 의문을 성명불상의 박사(천안함 전문가)에게 문의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