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뒤 횡령 및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구속된 김경준씨가 ‘BBK 가짜편지’ 사건과 관련된 민‧형사재판에서 모두 승소했다.

▲ <사진제공=뉴시스>

<경향신문>에 따르면, 대전지법 천안지원 민사2부(최병준 부장판사)는 김씨가 가짜편지 작성에 관여한 양승덕(62)‧신경화(57)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들은 각자 원고에게 1500만원 및 이에 대해 2007년 12월부터 2015년 6월까지 연 5%의 이자(약 1000만원)를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가짜편지로 인해 김씨는 정치권 기획에 따라 대선 직전 국내 송환을 선택한 자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면서 “양승덕·신경화씨 두 사람은 김씨에게 정신적 고통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이와 관련 <경향>은 김경준씨가 ‘BBK 가짜편지’와 관련된 민‧형사 사건에서 전부 승소한 것은 17대 대선 때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제기한 ‘기획입국설’이 고도의 정치공작이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분석했다.

당시 논란이 됐던 ‘김경준 기획입국설’이 여권(현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작이 아닌 ‘이명박 측이 작성한 소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당시 한나라당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은 대선직전인 2007년 12월13일, 김경준씨의 기획입국 증거라며 김씨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교도소 수감생활을 함께한 신경화씨가 김경준씨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편지에는 “자네가 ‘큰집(청와대)’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로부터 3년3개월 후인 2011년 3월, 신경화씨의 동생 신명씨(54)의 고백을 통해 이 편지가 날조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신씨는 “대선 당시 언론에 실린 형 명의의 편지는 이명박 대통령 가족과 측근의 부탁으로 내가 날조해서 쓴 것”이라고 폭로했다.

이 같은 보도를 접한 당시 ‘BBK 저격수’로 불린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은 트위터에 “신은 진실을 알지만 때를 기다린다”는 글과 함께 관련 기사를 링크했다.

또 같은당 정청래 의원은 “자원외교 비리는 어디로 갔는가”라는 제목의 트위터글을 통해 “현정권의 최대위기가 오면 전정권의 비리를 제물로 삼는 공식은 이번에도 반복될 것인가”라는 글을 남겼다.

그런가하면 네티즌들은 “우리는 기자회견장에서 가짜 편지를 들고 흔들던 홍준표의 생쇼를 기억하고 있다”, “전 정권 사냥이 시작되는 건가”, “정치는 늘 국민들을 속이고 이용한다. 진실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이거 밝히려고 8년 걸렸구나”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최근 김씨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형사사건에서 무죄를 확정했다.

김씨는 지난 2012년 10월 발간한 저서 <BBK의 배신>에서 신경화 씨에 대해 “정신이상자 같았던 신경화… 신경화는 교도소 안에서 도박·노름에 미쳤다”고 표현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적 관심사안인 BBK 사건에 관한 진상을 일반 독자에게 호소하면서 기획입국설과 관련한 신경화씨 주장의 신빙성을 탄핵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