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개정안 재의요구안이 끝내 무산됐다.

6일 정의화 국회의장은 오후 2시부터 열린 본회의에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 재의요구안을 상정했다.

그러나 투표에 참여한 의원이 128명에 그쳐 재석 의원 과반수 출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투표는 무효가 됐다. 이날 표결에는 총 298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128명만 참석했다.

이에 따라 국회법 개정안은 19대 국회 회기가 끝남과 동시에 자동폐기 된다.

▲ 6일 열린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 재의요구안이 의결정족수 미달로 무효 선언을 하는 정의화 국회의장과 이를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사진제공=뉴시스>

160석 새누리, 투표소 안 들어가…정두언만 “반대표”

이날 국회법 개정안 재의안의 표결 불참을 통한 자동폐기를 당론으로 정한 새누리당 160명의 의원들 중 서청원, 이정현 최고의원 등 일부는 투표 직전 본회의장에서 퇴장했고, 본회의장에 남아 투표명패를 받은 의원들도 투표소에 아예 들어가지도 않았다.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만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밝히고는 투표에 참여했다.

이에 투표를 시작한 지 55분이 경과한 4시 37분께 정 의장은 “재적의원 과반수에 미치지 못했다. 제가 상식적으로 판단컨대 더 이상 투표시간을 주고 기다려도 재적의원 과반수를 충족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따라서 의결에 필요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미달해 이 안건에 대한 투표는 성립되지 않았다”고 선언했다.

이후 본회의는 산회를 선포했고, 제2안건부터는 40분 후에 다시 표결을 실시하기로 했다.

투표 종료를 선언하기 전까지 정 의장은 의원들에게 세 차례에 걸쳐 “투표를 해달라”고 독려했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최원식, 이윤석, 이춘석, 김관영, 이언주 의원들은 중간에 의장석 앞으로 나와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도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투표 참여를 호소하기도 했다.

또 중간 중간 투표 종료를 선언하려는 정 의장에게 “시간을 조금만 더 달라”고 호소했고, 55분을 기다린 끝에 정 의장이 투표 종료 및 안건 무표 선언을 하자 정청래 의원 등 몇몇 야당 의원들이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

야당, 찬성 토론서 여당 ‘성토’…이정현 홀로 반대토론

한편, 앞서 이날 본회의를 개의하면서 정 의장이 국회법 개정안 재의요구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자 새정치연합 박범계, 김관영, 이춘석 의원 등이 국회법 개정안 재의안 표결을 촉구하는 토론에 나섰고, 새누리당에서는 이정현 최고위원만 단독으로 나서서 국회법 개정안 재의안 본회의 상정에 반대하는 토론에 나섰다.

이 최고위원이 반대토론에 나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위헌성을 재차 주장하자 회의장 곳곳에서는 고성이 난무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표적인 ‘친박’의원이다.

황교안 국무총리도 이날 본회의에 참석해 국회법 개정안 재의 요구안 상정과 함께 재의 요구 이유를 설명하면서 “국회 상임위가 요청한 내용대로 행정입법을 수정·변경해야 한다면 정부의 행정입법권을 침해해 위헌 소지가 크다”고 말해 야당 의원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에 김관영 의원은 국회법 개정안 찬성 토론에 나선 황 총리를 지목해 “총리는 위헌이라는 근거를 설명했는데, 합헌이라는 이야기는 들어봤나. 합헌 근거가 되는 이유에 대해서 들어보거나 공부해봤느냐”고 따졌다.

이춘석 의원도 “재의는 다시 투표를 하라는 것”이라며 새누리당의 투표를 독려하면서 “우리사회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은 법률이 아닌 시행령”이라고 황 총리 의견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 국회법 개정안 재의요구안 상정절차를 지켜보는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사진제공=뉴시스>

이 같은 국회법 개정안 재의요구안이 국회에서 무산되자 청와대는 곧바로 민경욱 대변인을 통해 “국회 결정은 헌법적 가치를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한편, 박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법률안 거부권 행사 후 당내 친박 의원들로부터 원내대표직 사퇴 압박을 받아왔던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거취를 밝히지 않겠다”고 했으나, 김태흠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내일까지 사퇴하지 않으면 의총을 소집하겠다”고 재차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