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예방법을 풍자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로부터 행정지도를 받았다.

1일 오후 열린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는 <무한도전>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객관성)을 위반했다며 ‘의견제시’ 제재를 의결했다.

방심위가 지적한 내용은 지난달 13일에 방송된 ‘무한뉴스’ 코너에서 개그맨 유재석씨가 “메르스 예방법으로는 낙타, 염소, 박쥐와 같은 동물 접촉을 피하고 낙타고기나 생 낙타유를 먹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라고 표현한 부분이다.

▲ 지난달 13일에 방영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메르스 감염예방 기본수칙’을 소개하며 이를 풍자했다. (이미지출처=MBC)

이에 <무한도전> 제작진은 같은달 19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잠시나마 지역을 중동으로 한정하지 않고 염소를 언급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내 염소 농가에 심적인 불편함을 드린 점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보건당국의 지침이 매우 비현실적이라는 점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제작진의 사과에도 방심위는 <무한도전>에 행정지도를 조치했다. 앞서 KBS <개그콘서트>의 정치풍자 코너 ‘민상토론’ 역시 방심위로 부터 의견제재를 받은 바 있다.

정권 눈치보는 방심위가 진짜 코미디

방심위의 이 같은 조치에 정치권을 비롯한 시민사회에서는 방심위가 정치적 중립성을 잃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 지난달 14일 KBS<개그콘서트> 정치시사풍자코너 '민상토론'은 정부의 메르스 대책을 풍자했다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행정지도를 받았다. (이미지출처=KBS 개그콘서트 화면 캡처)

같은당 은수미, 최민희 의원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정부와 방심위가 무도 대신 개그하겠다? 제발 이러지맙시다”(은수미), “한심하다”(최민희) 라며 비판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언론계와 학계도 비판 목소리를 보탰다. 한국PD연합회는 성명서를 통해 “정부를 비판하는 프로그램에 징계를 가해 다시는 비판을 하지 못하도록 재갈을 물리는 행위”라고 우려했다. 역사학자 전우용 교수는 “메르스 예방법을 소개한 대사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를 위반했다며 징계. 무한도전이 뉴스냐”며 일침을 가했다. 

한편, 지난달 11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35번째 환자인 삼성서울병원 의사 박모씨가 사망했다고 오보를 냈던 <YTN>은 중징계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방심위는 YTN 보도에 대해 객관성 조항을 위반, 법정제재인 ‘경고’ 의견으로 전체회의에 회부했다.

이와 함께 지난 5월 8일 ‘세월호 유가족,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 이라는 보도에서 유가족의 이름과 희생자 인적사항 등에 공개한 것에 대해서도 심의위원들의 지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