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분폐쇄 기간이 무기한 연장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주차장에 마련된 메르스 임시 진료소로 의료진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24일자.<사진제공=뉴시스>

1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5월 29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역학조사관 3명을 보냈다. 메르스 최초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환자(14번째 환자)가 이 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다는 것을 알고 황급히 조사관을 파견했다.

역학조사관 3명은 삼성서울병원 측에 전화로 방문계획을 알렸다. 그러나 이들을 맞이한 사람은 의료진이 아닌 보안요원이었다. 보안요원들은 조사관들의 진입을 몸으로 막으며 조사를 방해했다. 사전에 방문을 알렸다고 했지만 담당 감염관리실 직원은 아예 연락도 받지 못했다.

조사관들은 자정이 넘어서야 14번 환자의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병원 측의 방해는 다음날인 30일에도 이어졌다. 삼성서울병원은 응급실 환자 명단을 달라는 조사관들의 요청에 “윗선과 상담해야한다”며 거절했다. 사실상 역학조사를 고의적으로 방해한 셈이다.

이날은 13·14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날이다. 전날은 8·9·10·11·12·13번째 메르스 확진자가 다발적으로 나왔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민관이 신속히 대처해야할 시점이었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은 사태를 안이하게 평가하고 정부에 비협조적이었다.

역학조사 방해는 현행법 위반..삼성병원은?

삼성서울병원의 응급실 명단은 6월 1일이 돼서야 보건복지부에 제출됐다. 메르스 접촉 관리자 190여명의 명단이 정리된 문서였다. 그러나 연락처가 빠진 채 환자의 입퇴원 기록만 담긴 반쪽자리였다. 이틀 뒤인 3일 2차 명단이 제출됐지만 연락처가 절반 밖에 없는 부실한 명단이었다.

정부의 감염병 역학조사를 방해하는 행위는 현행법 위반이다. 보건당국의 역학조사를 거부하거나 기피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해당 내용이 담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지난달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삼성병원 비호, 의료민영화 추진, 공공병원 폐쇄로 메르스 재앙 확산시킨 박근혜 정부 규탄 및 대국민 사과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보건당국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

보건당국은 일단 사실관계를 파악하겠다는 입장이다. 권덕철 중앙메르스대책본부 총괄본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일부 언론에서 관련 내용이 나왔는데 현재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지 않다”면서 “당시 조사를 나갔던 역학조사관들에 따르면, 언론에 나온 내용과 일부 차이가 있어서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해 밝히겠다”고 밝혔다.

만약 정부가 삼성서울병원 측의 비협조적 태도에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는 점이 확인되면 이 또한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권 반장은 “해당 내용은 직접 역학조사를 갔던 당사자와 통화해 나온 것이 아닌 간접적으로 들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양 당사자간 의견을 듣고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