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사과하고, 개정안은 재의결돼야 합니다.
국회 유린에 맞서지 않는다면 새누리당은 차라리 해산해야 합니다.

국민이 짓밟혔습니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대통령의 일성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헌법과 국민이 국회에게 부여한 입법권은 대통령에게 능멸당했습니다. 지난 한달간 메르스로 국민이 공포에 떨고, 죽어가고 도와달라고 하고 있을 때 무능했던 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절규에 거부권 행사로 답했습니다.

이번에 국회법을 개정한 것은 행정부의 적폐를 없애자는 것입니다.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처럼 법위의 시행령을 만드는 것에 문제제기할 수 있는 근거 조항 하나를 만든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의원 시절 이보다 더 강력한 법안에 동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은 재적 의원 2/3가 넘게 의결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더 나아가 독설과 비난으로 국회를 모욕하고 여당 지도부에게도 굴종을 강요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번 개정안이 ‘3권 분립 훼손’이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누가 3권 분립을 훼손하고 있습니까? 국회법 개정안이 단지 자신의 권력에 생채기를 낸다는 이유로, 국회를 무시하고 여당에게조차 군주처럼 하명하는 대통령이야말로 헌법 정신과 3권 분립을 훼손한 것 아닙니까?

정의당은 이번 거부권 행사가 72년 10월 유신선포나 다름없는, 헌정질서를 농단하는 심각한 사안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탄핵 사유에 해당할 만큼 엄중한 일이라는 점을 대통령과 청와대는 깨달아야 합니다.

새누리당에 대해서도 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어제 새누리당은 의총에서 백기 투항을 선언했습니다. 합의의 당사자였던 유승민 원내대표는 조금 전 치욕적인 사과를 했습니다. 국회는 대화와 타협으로 국민 갈등을 해결하는 장입니다. 국회가 여야 합의 정신에 따라 운영되는 것은 민주주의의 올바른 실현 방식입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단지 대통령이 이를 거부한다는 이유만으로 여야 합의안을 헌신짝 버리듯 차버렸습니다. 새누리당은 국민이 위임한 권한과 의무를 포기했습니다.

결국 새누리당은 국민의 대의기관이 아니라 대통령의 종복임을 스스로를 자처했고, 새누리당이 대통령의 사조직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했습니다. 입법부가 행정부에 의해 무참히 유린당한 상황에서, 재의결이라는 당연한 절차를 취할 생각이 없다면 새누리당은 차라리 당을 해산하고 국민에게 석고대죄 해야만 할 것입니다.

정의당은 앞으로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대통령에게 압살당하는 상황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먼저 새누리당 지도부를 만나 재의결을 강력히 촉구하고,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와 시민사회세력들을 만나 함께 논의하고 공동으로 대응해나갈 것입니다.

헌법 정신을 훼손한 박근혜 대통령, 이제 국민의 이름으로 심판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