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대 총학생회가 축제 기간 중 교내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청소노동자들의 현수막을 철거해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졸업생 143명이 후배들에게 사과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21일 서울여대 졸업생 143명은 「서울여대 바롬교육, 배운대로 삽시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총학생회의 무책임하고 경솔한 처사를 강력하게 비판한다”며 “이 문제의 근본적 책임이 있는 전혜정 총장과 학교 당국이 청소노동자 문제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졸업생 일동은 해당 논란에 대해 “자신들이 겪는 불편함을 내세우며 청소노동자들의 피 토하는 심정을 단순히 천 조각으로 여긴 총학생회의 무심하고 안일한 태도가 일차적 원인”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또한 “청소노동자의 파업을 ‘몇 백 원’ 돈의 가치로 재단하고 계약을 앞세워 허공의 메아리로 만드는 전 총장과 학교에 근본적 원인이 있다”며 “사람 되는 교육을 중시하며 지향한다는 학교가 구조적인 문제의 책임을 힘없는 개인에게 전가하는 모습은 실망을 넘어 졸업생으로 가졌던 자부심에 상처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정한 누구만’의 잘못이 아닌 원계약자인 학교는 엄밀히 책임 있는 주체이기 때문에 청소노동자들의 근로개선에 대해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며 “청소노동자들의 고통을 타인의 문제로 터부시한 총학생회와 청소노동자들에게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총장 및 학교 당국의 잘못이 크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졸업생들은 “총학생회의 깊은 성찰과 청소노동자들을 향한 진심어린 사과를 기대한다”면서 ▲전혜정 총장은 협상에 적극 임할 것 ▲총학은 대표기구로서 책임 있는 역할 수행에 나설 것 ▲서울여대는 청소노동자를 학교 구성원으로 인정할 것을 촉구했다.

페이스북에 글을 게시해 성명서에 참가할 졸업생을 모았다는 이경민씨는 ‘go발뉴스’에 “모교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에 너무도 안타까움을 느꼈다”며 “교육을 행하는 주체인 대학이 문제의 원인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씨는 “학교가 규제를 심하게 하면서 대자보 하나도 제대로 붙일 수 없게 만들었다”며 “학생들이 자신의 권리를 타당하게 이야기 하지 못하게 만들었기에 (후배들이) 그런 안타까운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학교 측의 자성을 촉구했다.

앞서 서울여대 총학생회는 20일 새벽 정문과 남문 등 교내에 설치된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서울여대분회(노조)의 현수막 19개를 철거했다.

이에 대해 서울여대 총학은 18일 학교를 통해 청소용역업체인 대주HR에 현수막을 내려달라고 공문을 보냈고, 축제 당일인 20일 새벽까지 이행되지 않아 직접 철거에 나선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