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부터 언론지상에 자주 등장하는 바이러스가 하나 있다. ‘노로바이러스’가 그것이다. 최근 일부 수산물에서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이에 따른 공포감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더구나 흔히 식중독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다른 바이러스들이 여름철에 자주 등장하는데 반해 노로바이러스는 겨울철에 나타난다는 점도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있다.

그러나 정작 노로바이러스가 정확히 어떤 존재인지는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go발뉴스’는 다년간 노로바이러스를 연구해온 전문가 황규연 박사(신한기술센터 연구소장)를 서울 이태원동의 한 사무실에서 만나 노로바이러스의 특성에 대해 들어봤다.

“실험실에서 배양안돼...사실상 치료제 개발 못하는 중”

황 박사는 노로바이러스를 “참 신기한 놈”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여타 식중독 바이러스와는 여러모로 다른 차별성을 갖고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백신을 개발하거나 예방을 하기 위해서는 집중적인 연구를 해야 하는데 노로바이러스는 실험실 내에서 배양이 되지 않아 연구가 어렵습니다. 보통 균들은 대부분 배양을 시켜서 (균을 죽이기 위한) 약을 개발할 형편이 되는데 노로바이러스는 배양이 안돼서 사실상 치료약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황규연 신한기술센터 연구소장 ⓒ go발뉴스

노로바이러스가 다른 바이러스와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다름아닌 ‘온도’다.

“바이러스는 사실상 영하에서 움직이지 못하는데 노로바이러스는 찬 데서 움직입니다. 다른 바이러스와는 달리 (노로바이러스를 보유한 실험실은) 아주 낮은 온도에서 (노로바이러스를) 갖고 있어요. 식중독 균은 온도가 올라가면 번식을 하는데 노로바이러스는 그렇지 않으니 참 아이러니 하죠.”

하지만 노로바이러스의 원인은 아직도 ‘미스테리’다. 황 박사는 “연구를 많이하고 있는데 사실상 근원지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특정 식재료에서만 검출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만약 식중독에 걸린 사람 500명의 변을 조사해 이 중 30명 가량의 변에서 DNA 구조상 노로바이러스가 있으면 노로바이러스로 인해 배가 아프다는 것입니다. 매개체가 물이 됐든 야채가 됐든 몸 안에 들어오는 것은 맞지만 무엇을 제어할지는 잘 모르는 것이죠.”

황 박사는 “(노로바이러스가) 몸속에 들어오는 경로가 있을텐데 공기나 물을 통해서 들어올 수도 있고 우리가 먹는 음식물을 통해 들어올 수 있다”며 “어디서 (노로바이러스가) 나온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노로바이러스를 완전히 예방하려면) 사실상 바이러스가 묻어나오는 물이나 야채 같은 것을 먹지말라고 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때문에 황 박사는 이른바 ‘노로바이러스’ 공포가 특정 식재료, 혹은 특정 업체를 공격하는 빌미가 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2006년에 모 급식업체에서 노로바이러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원인규명을 못했다. 원인을 알게되면 그것을 집중적으로 (조사해) 균을 죽이면 되는데 그게 안된다”며 “내년에는 수산물이 아닌 다른 곳에서 (노로바이러스 문제가) 터질 수 있다. 끓이지 않은 식재료는 어디서든 (노로바이러스 문제가) 터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노로바이러스 검사위해 0.5톤 물을 사용하는 이유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자료를 통해 노로바이러스 예방 요령을 제시했다. △85℃이상에서 1분이상 식품을 가열조리할 것 △가열조리된 식품을 맨손으로 만지지 않을 것 △채소 및 과일류 등 비가열 식품은 소독제로 세척 또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서 섭취할 것 △물은 끓여마실 것 등이 그것이다.

문제는 인간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물’이다. 바쁜 일상에서 모든 물을 끓여 마시기란 사실상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직장이든 가정이든 시중에 유통되는 ‘생수’를 사먹거나 정수기를 사용해 물을 마시는 것은 일반화 된지 오래다. 그렇다면 정수기나 생수를 통해 노로바이러스를 예방하는 것은 가능할까. 이에 황 박사는 노로바이러스를 검출하는 과정을 설명해줬다.

“보통 일반 세균이나 대장균을 검사할 때는 지하수 물을 1리터 정도 떠갑니다. 이를 배양해서 24시간 후에 성장하는지 여부를 확인하죠. 그런데 노로바이러스를 검사할 때는 0.5톤 가량의 물이 아주 특수한 제균필터를 거쳐가게 합니다. 필터에 거른 물을 떠가는 게 아니라 필터를 가져가는 겁니다.”

노로바이러스의 크기가 그만큼 작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특수제균필터의 경우, 상당한 고가라는 것이 황 박사의 설명이다. 이는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노로바이러스를 거르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 황규연 신한기술센터 연구소장 ⓒ go발뉴스

황 박사는 “다른 어떠한 균도 전수검사를 하지 않지만 노로바이러스는 1년에 한번 (지하수) 전수검사를 한다”며 “만약 (지하수를 사용하는) 업소에서 노로바이러스가 발견됐다면 영업을 하지 못한다. 그러면 물을 사 먹어야 하는데 몇 백명을 대상으로 하는 급식시설에서 물을 사먹는 것은 만만치 않다. 그러니까 업주들은 어떻게 노로바이러스를 제거해 물을 공급할까하는 고민을 항상 할 수 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한편, 식약청은 노로바이러스 예방 자료를 통해 “현재까지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에 대한 백신이나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았다. 따라서 치료방법은 손실된 수분과 영양을 공급하는 수준에서 시행되고 있다”며 “하지만 일반 성인의 경우, 감염 후 1~3일 이내 자연치유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