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용성 중앙대학교 이사장

중앙대에 따르면 박 이사장은 이날 “최근 빚어진 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겠다. 대학 당국과 중앙대 발전을 위해 학사 구조 선진화 방안 등 노력을 기울였으나 논란과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학내 구성원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박 이사장은 앞서 지난달 24일 중앙대 이용구 총장과 보직교수 등 20명에게 메일을 보냈다. 이메일에는 학과제 폐지 등 학사구조 개편을 반대하는 일부 교수들에 대한 박 이사장의 인사보복성 발언이 담겨있었다.

이메일에서 박 이사장은 “인사권을 가진 내가 법인을 시켜서 모든 걸 처리한다. 그들이 제 목을 쳐달라고 목을 길게 뺐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학사 구조 개편을 반대하는 교수들을 겨냥해 “피가 많이 나고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내가 쳐줄 것이다”라고 했다.

박 이사장은 대학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교수들의 학내 집회도 문제 삼았다. 중앙대 일부 교수들과 학생, 타 대학 교수 등이 학과제 폐지 등 구조조정에 반대해 계획한 집회였다. 박 이사장은 이에 대해 “악질 노조로 생각하고 대응해야지, 여러분은 아직도 그들(반대파 교수)을 동료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적었다.

학사 개편 반대한 교수 겨냥.. “목을 치겠다”

다른 이메일에서도 박 이사장의 폭언은 계속됐다. 박 이사장은 학교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교수들이 만든 모임 ‘중앙대 교수대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교수 비대위)를 변기를 뜻하는 ‘비데’(Bidet)에 비유했다. 비대위 위원들은 ‘Bidet 委員’(비데위원), ‘鳥頭’(조두)이라고 지칭했다.

임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는 ‘중앙대를 사랑하는 학생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개혁으로 초일류가 될꺼니까요!’ 등의 문구를 넣은 현수막을 제작하도록 지시했다.

박 이사장이 추진했던 중앙대 학사 구조 개편은 현행 학과 구조를 대폭 수정하는 게 핵심이다. 2016학년도부터 단과대로 통합해 신입생을 선발해 2학년 2학기 때부터 주 전공을 택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개편안이 시행되면 비인기 전공은 학생 정원을 뺏기고, 해당 교수들은 교양 교수로 바뀐다.

▲ 중앙대 서울캠퍼스 본관 건물에 '여러분 대학이나 개혁하세요. 우리는 개혁으로 초일류가 될꺼니까요!'라고 쓰여진 현수막이 붙어있다.(사진출처=중앙대 커뮤니티 청룡광장)

사퇴 찬성과 반대로 갈린 학내 분위기

박 이사장의 사퇴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중앙대 커뮤니티 청룡광장에는 ‘박용성 이사장님의 사퇴를 반대합니다’라는 릴레이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박 이사장의 사퇴를 반대하는 학생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극히 필요로 하는 전공에서 막대한 지원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박 이사장님이 추진하셨던 정책들이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인다” 등의 주장을 했다.

반면 “박용성 이사장이 중앙대에서 가장 잘한 일은 이완구보다 빠른 사퇴다.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 “이사장이 없다고 학교가 망하는 것은 아니다” 등의 자진사퇴를 찬성하는 글들도 쏟아졌다.

한편, 중앙대 교수협의회와 교수 비대위는 22일 긴급기자회견을 열 방침이다. 이들은 박 이사장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 발표와 학사 구조 개편 과정 등 학사 운영 개입 정황도 묻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