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황 연합뉴스 신임 사장이 취임 후 언론사 초유의 국기게양식을 개최하고 현충원 참배를 첫 대외 일정으로 잡는 등의 ‘애국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기자협회보>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취임한 박 사장은 30일 오전 7시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는 연합뉴스, 연합뉴스TV, 연합인포맥스 3사 보직간부 등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정문 앞에 설치된 국기게양대 앞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을 순차적으로 거행했다.

박 사장은 기념사에서 “국기게양식은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 정체성과 위상을 구성원 모두가 재확인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오늘 게양된 국기는 마치 연합뉴스가 24시간 365일 불철주야 기사를 공급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우리 사옥 앞에 우리와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 사장의 난데없는 국기게양식 개최에 황당하다는 반응이 연합뉴스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현재 초등학교에서도 없어진 국기게양식을 언론사가 개최하는 것도 이례적이고 그 참석을 사실상 강제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내부에서는 이번 국기게양식 행사를 “새 경영진이 청와대를 향해 ‘우리는 애국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쇼”가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자율성이 생명인 언론에서 기자들을 일괄적으로 모아놓고 국기게양식을 하는 것은 권위주의 시대나 어울리는 행동”이라며 기자들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 연합뉴스TV

박 사장의 ‘애국 행보’는 국기게양식만이 아니다. 그는 지난 28일 취임 첫 대외 일정으로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했다. 박 사장은 방명록에 “신속정확하고 불편부당한 뉴스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의 책무를 다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한편 박 사장은 취임 후 편집권 보장제도인 편집총국장제를 “회사의 경영권과 인사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며 일방적으로 파기해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 사장은 27일 인사를 통해 편집총국장을 공석으로 두고 임면동의 투표 없이 이창섭 논설위원을 30일자로 편집국장 직무대행에 임명했다.

또 편집국을 콘텐츠융합담당상무 이사 산하로 이관했고, 지방국·국제국 산하부서를 편집국으로 이관, 국장 직제를 없애면서 제작국장 임면동의 투표를 일방적으로 없애버렸다.

편집총국장은 기자 모두가 공유하는 ‘편집권’을 대표하는 편집인으로, 연합뉴스 기자들 2/3 이상이 참여한 투표에서 유효투표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임명될 수 있다. 편집국 기자들의 동의 없이는 편집권의 총 책임자로 임명될 수 없다는 의미다.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는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이자 불법행위로 연합뉴스 노사가 1987년 이후 지켜온 신의의 결정체이면서 회사가 정한 제 규정·규칙·내규에 우선하는 단체협약을 무력화하는 조치”라며 “법적 조치에 돌입하는 것은 물론 편집권독립 사수를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비판했다.

▲ ⓒ 연합뉴스

네티즌들도 “강요된 애국 보다는 자발적으로 애국하도록 함이?”(@kim****), “다른 언론사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고 국고 지원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이나 신문에 비해 감시가 소홀한 매체가 연합뉴스다. 신임 사장이 현충원 참배를 하고 직원들에게 국기게양식 시키는 걸 보니 앞으로 연합 보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듯”(@you****), “국가기간통신사의 난데없는 애국 이벤트”(@jms****), “황당한 일입니다. 어디로 가려는지”(@arc****), “교련도 도입할 것인가?”(@Moo****), “되살아난 망령인가? 기레기들의 합창인가?”(‏@lee****)라며 박 사장의 행보를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