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교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진행되는 유가족 간담회의 학내 개최를 불허했다.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가 정치적인 색깔을 띤다는 게 그 이유다.

23일 ‘성균관대 명륜 캠퍼스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 준비팀’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들은 “학교 측이 지난 17일 학생들의 강의실 대여 신청을 승인했지만, 다음 날인 18일 이를 번복하고 교육 목적 이외의 강의실 대여는 불가하다며 불허를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이후 간담회 장소를 야외 원형 극장과 지하 공연장으로 두 차례 변경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유가족 간담회가 정치적인 성격을 띠고 있고, 외부인의 참여가 있어 학내에서 진행할 수 없다”며 제지했다.

앞서 성균관대는 지난해 9월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를 거절했다. 대학들 가운데 유일하게 유가족 간담회를 불허한 셈이다. 학교 측은  “유가족 간담회가 다소 정치적이고 외부인이 교내로 들어온다”며 장소 대여를 불허했다. 이에 학생들은 생명공학대 학생회실로 간담회 장소를 옮겼다.

▲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정문 밖에서 진행됐다. 이날 간담회는 학교 측이 장소 대여를 불허해 교내 밖에서 진행됐다. (사진 제공=용혜인)

이에 준비팀은 “성균관대는 율전(수원) 캠퍼스에서도 같은 이유로 강의실 사용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며 “세월호 유가족을 외부인으로 취급하면서 연예인이나 기업가를 초정하는 것에는 지나치게 관대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반면 학생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재학생  김모씨는 ‘go발뉴스’와의 통에서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두 번씩이나 벌어져 성균관대 학생으로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 초대 행사는 수시로 열면서 세월호 유가족은 ‘정치적 행사’라고 선을 긋는 태도가 비난을 받을 만 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재학생 강모씨는 “세월호 사건에 많은 정치인들이 관여돼 사실상 중립적 입장이 되지 못한다고 본다”며 “교육기관인 대학에서 유가족 간담회를 여는 것에 반대하는 학교 측 입장이 공감이 된다”고 밝혔다.

준비팀은 결국 이날 오후 6시 50분쯤 학내 대신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정문 앞에서 유가족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재학생을 비롯해 시민 4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 진행을 맡은 성균관대 국문과 김영길씨는 “지난주에 경영관에 사용 신청을 했는데 학교 측에서 외부 사람이 온다는 이유로 사용료 200만원을 요구했다”며 “이후 인문관에서 승인을 받았는데 다음날 안 된다고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