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관련자로 처벌받은 故 이택돈 전 의원이 전두환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대법원에서 패소 취지 판결을 받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0일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이 전 의원이 정부와 전씨, 이학봉 전 의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심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신민당 의원이었던 이 전 의원과 대학생이었던 이신범 전 의원은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돼 강제 연행된 후 가혹행위를 당한 끝에 범행을 자백하고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징역 12년을 확정받았다.

특히 이택돈 전 의원은 국회 회기 도중이었지만 현행범이 아닌데도 영장 없이 끌려가 수사관들 강요로 의원직을 사직했다. 또 이신범 전 의원은 서울대에서 제명됐다.

이후 특별사면 된 이들은 재심을 통해 무죄를 받았지만 당시 합동수사본부장이었던 전두환 씨와 합수부 수사단장이었던 이학봉 전 의원 등의 책임을 물어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1심은 피고 전원이 돈을 모아 이택돈 전 의원에게 3억 원을, 이신범 전 의원에게 7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2심에서는 이신범 전 의원에 대한 전씨와 이학봉 전 의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며 배상액을 각각 1억 원, 2억 원으로 각각 낮췄다. 당시 수사기록 명단에 이택돈 전 의원만 있고 이신범 전 의원은 없었다는 이유에서였다.

▲ 김대중 사형 선고를 보도한 1980년 9월 17일자 <동아일보> ⓒ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하지만 대법원 이날 이택돈 전 의원이 소송을 너무 늦게 제기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하며 결국 이신범, 이택돈 전 의원 모두 전씨와 이학봉 전 의원으로부터 배상을 받지 못하게 됐다. 다만, 정부가 2심에 상고하지 않아 배상금은 받게 될 전망이다.

이신범 전 의원은 “대법원이 과거사 사건에 대해 계속 보수적 판결을 선고하고 있어 우려된다”며 “이번에도 5공화국에 면죄부를 주는 무책임한 판결이 나왔다”고 성토했다.

한편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은 1979년 10·26 사건 이후 권력을 잡은 신군부 세력이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김대중 일당이 정권을 잡기 위해 민중을 선동해 일으킨 봉기’로 조작해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문익환 목사 등 20여 명을 연행해 군사재판에 회부한 사건이다.

신군부는 구속기소 5일 만에 “김대중이 대중을 선동해 민중봉기와 정부 전복을 획책했다”는 내용의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고 김 전 대통령은 이듬해 1월 대법원에서 사형을 언도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