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압구정동의 한 대형 프랜차이즈 미용실. 이모씨(24)는 이 곳에서 보조 스태프로 일한다. 하루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이렇게 해서 받는 한 달 급여는 80만원. 세금을 떼면 75만원 정도가 남는다. 최저 임금에도 못 미친다. 헤어디자이너의 꿈을 안고 뛰어들었지만 이상과 현실의 차이는 크기만 하다. 이씨는 요즘 손님맞이 하는 일이 더 곤혹스럽다.

정당한 노동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이른바 ‘열정 페이’가 미용업계에서도 논란이다. 기술을 가르친다는 명목 하에 최저 임금을 주지 않는 일이 관행처럼 굳어지고 있다. 지난해 패션업계의 열정페이 논란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지만 개선책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18일 <한수진의 SBS전망대>는 미용계의 만연한 열정페이 논란을 다뤘다. 익명을 요구한 미용노조 대표가 이날 인터뷰이로 나섰다. 노조 대표는 “열악한 미용업계에 정부가 개선책을 마련해줄 것을 기대했으나 변화가 없어 안타까웠다”며 출범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4일 출범한 미용노조는 아직 정식 등록 절차를 밟지 않은 상태다.

▲ 파마약품에 피부가 하얗게 벗겨진 보조스태프의 손가락.©미용노조

대표는 “보조 스태프는 커트를 제외한 모든 작업에 관여하는데 받은 급여는 한 달에 80만원대”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상 혼자서 의식주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며 “학자금을 대출받거나 집안 사정이 어려운 사람들은 미용을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라고 전했다.

보조 스태프들의 노동 강도도 문제시 됐다. 정규직과 동일한 강도라는 게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일하는 근무 환경에 금방포기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직원 구하는 일도 쉽지 않아 막내 스태프를 ‘금탭’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님이 늦게 오거나 정리해야할 일이 남으면 추가 근무는 일상”이라고 밝혔다. ‘추가수당 나오냐’는 사회자의 질문에는 “전혀 지급 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일부 업주들이 지각을 하는 스태프에게 지각비를 걷는 횡포도 부린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대표는 “샵 마다 다르지만 가장 심한 곳은 1분에 만원씩 지각비를 받기도 한다”며 “추가 수당을 먼저 챙겨주고 지각비를 요구해야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서는 “미용 교육생들의 현실을 개선해 달라”고 호소했다. 대표는 “미용 고등학교나 교수들, 교육자라는 사람들이 아무도 이런 현실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며 “오히려 학생들한테 떠넘기고 당연시하다고 말을 하는 것이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