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옥 대법관 후보자가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의 축소·은폐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자격 논란이 점점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박 후보자의 임명제청을 비판하고 대법관 임명 절차의 개선을 지적하는 긴급토론회가 개최됐다.

12일 서울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박상옥 대법관 후보 임명제청, 무엇이 문제인가 긴급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한 목소리로 “박상옥 대법관 후보는 부적격·무자격 후보”라고 비판하고, 부실한 대법관 후보에 대한 검증 과정의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 ⓒ go발뉴스(나혜윤)

이충재 민주사법 연석회의 공동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수첩이 궁금하다. 대법관 후보가 그렇게 없어서 이런 인물을 임명하려 하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며 “권력자 입장에서 보면 박 후보자는 정치 검사로 매우 유능한 검사다. 후보자의 낙마 문제를 떠나 임명 절차 근본적 문제를 고민할 지점이 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학규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이사는 “당시 고문 치사 사건의 아픔이 기억난다. 왜 후보자가 등장했을까, 왜 역사는 시련을 줄까 싶다”며 “당시 막 4년차 검사에 접어든 박 후보자가 검찰의 잘못에 모두 책임이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1, 2차 검찰수사팀에서 한 박 검사의 역할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박 후보자는 최근 “안상수 검사로부터 3월초에 들었다”면서 당시 고문경관이 2명이 아니라 5명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수사를 확대하지 않았음을 인정한 바 있다.

김 이사는 “특히 박종철군 고문치사 은폐 조작사건의 실체규명을 위한 기회들을 놓친 것은 어떠한 변명으로도 합리화 될 수 없는 중대 사안”이라며 “국회에서 이번에 해야 할 일이 박종철 고문 치사사건의 가려진 진실을 더 밝힐 수 있는 계기로 생각하고 역할에 충실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 고 박종철 군의 형 종부씨 ⓒ go발뉴스(나혜윤)

이날 토론회 방청자로 참석한 故 박종철군의 형 종부씨도 “박상옥 당시 검사는 막내 검사였기에 몰랐던 것이 아니라 상세하게 알고 있었다는 것이 근거로 나와 있다”며 “아직까지 (후보자 자리에) 버티고 있다는 것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국민을 기만 말고 조속히 사퇴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비판했다.

성창익 민변 사법위원회 부위원장은 “막내검사여서 수사 상황을 잘 몰랐다거나 능동적으로 수사할 수 없었다는 변명은 국민과 역사 앞에 당당해야 할 일국의 대법관 후보로서의 적절한 변명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성 부위원장은 “담당검사임에도 사건의 실체 파악을 못했다면 능력이나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난을 받고 은폐했다면 비겁하다는 비난을 들을 수 있으므로 시민의 자유와 인권을 보호할 책무가 있는 대법관으로서 부적격 사유가 있다”며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나 제청권자가 국민 눈높이와 달리 (후보 추천을) 가벼이 여겼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대법관 임명 자체에 대한 개선 방안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민주적인 통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창수 법인권사회연구소 대표는 “기본적으로 무자격한 자를 임명제청하고 임명동의를 요구하는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며 “무자격자가 후보자로 추천될 수 있었는지 제도의 문제이기도 하고 임명제청권자들의 정치적 견해가 복합적 이유로 작용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회가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모르는 사회로 변한 것 같다. 인사파동과 관련해 더욱 그런 모습이 나타난다”며 “87년 체제가 그 많은 아픔을 겪고 들어섰는데 박 후보자 같은 사람을 국가 최고 기관으로 임명하겠다는 자체가 87년 체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대법관 후보 자체는 전체 법관의 의사를 반영하는 시스템으로 나아가야 하고, 최고 법 운영자를 선출한다는 의미에서 시민사회와 최소한 국회가 관여를 해야 한다”며 “법관 대표 반, 국회나 시민사회 대표 반 등 구성해 대법관 후보뿐만 아니라 법관의 인사 평정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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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경 새사회연대 상근대표도 “대법원장의 의중이 들어간 사람이 추천될 수밖에 없는 문제는 분명히 있다”며 “대법관의 다양성을 위해서 추천 과정에 충족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같이 논의해야 되고 과정이 공개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신 대표는 “추천위원회가 독립적인 기능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공개적으로 의견을 받는 절차를 수렴해야 한다”며 “우리 사회의 인권과 민주주의 최후 보루 역할을 하기 위한 자리가 대법관의 자리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본다”고 말했다.

한편, 여야는 10일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개최 일정을 논의했으나 야당이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 개입 관련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면서 청문회 개최를 거부하고 있어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