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통과를 전후해 국내 주요 언론사 기자들이 기업들의 지원을 받고 무더기 해외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가전 및 통신업계 담당 기자들 50여명은 지난달 27일부터 3월 6일까지 6박 8일간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행사를 삼성전자·LG전자·유플러스·KT 등의 후원으로 다녀왔다.

삼성전자는 18명, LG전자는 10명, KT는 15명 스페인 현지 호텔숙박비, 식대 등 체류비용을 지원했다. 기자 4명을 지원한 LG 유플러스의 경우는 취재지원 대상기자들을 상대로 항공료를 포함한 경비전액을 제공하는 추첨 이벤트를 내걸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미디어오늘>은 전했다.

스페인 현지 물가를 고려했을 때 체류비만 기준으로 기자 1인당 숙박비·식대 등 100만여원을 업체들로부터 지원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항공료까지 지원받은 경우에는 지원 금액이 최소 300만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통과된 ‘김영란법’에는 대가성과 상관없는 100만원 이상의 금액을 수수한 경우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100만원 이하의 경우 대가성이 있을 경우 과태료 대상이 된다.

이번에 기업체의 후원을 받아 해외 취재에 나선 언론사들은 <경향신문>과 <KBS> 등 일부 지상파 방송사를 제외한 대다수 신문 방송사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중·동을 비롯해 <한겨레>, <한국일보>, <국민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문화신문> 등 주요 종합일간지와 <매일경제>, <한국경제>, <서울경제> 등 주요 경제매체 들이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오늘>은 경비지원을 두고 기업체측과 기자의 주장이 엇갈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LG유플러스 측은 <MBC> 기자에 대해 숙박비 등 체류비용을 지원했다고 밝혔으나 <MBC> 기자는 “체류경비를 법인카드로 결제했으며 카드영수증을 보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 6일자 <한겨레> 별지

「아름답다, 갤럭시S6」 라는 제목의 MWC 특집판까지 활용하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극찬해 논란이 일었던 <한겨레>는 기업의 MWC 출장지원을 받은 것은 사내윤리위원회를 거쳐 승인된 것이라고 <미디어오늘>에 밝혔다.

앞서 <한겨레> 노조 측 관계자는 ‘go발뉴스’에 “광고주들의 입김에 좌우되지 않고 최대한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방향으로 콘텐츠를 만들자는 것이 자사의 내부 목표”라며 “이번 별지 특집은 이런 목표에 충실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항공료를 제외한 체제비를 제공했지만, 일괄적으로 제공한 것은 아니고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참여를 원하는 기자들에게 신청을 받아서 진행했다”고 밝혔다.

MWC에 참가한 한 종합일간지 기자는 “관행적으로 해왔던 취재라 다녀왔지만, 오해받을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김영란법 통과를 계기로 기업체의 금전지원을 받아서 출장가는 것은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고, 종합일간지의 또 다른 기자도 “해외취재가 필요하다면, 앞으로 회사차원에서 경비를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미디어오늘>에 말했다.

이같은 ‘무더기 해외출장’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타고난 부정부패의 유전인자가 없어질까”(jame******), “한겨레 너마저. 이미 너를 지운지 오래긴 하지만”(해*), “김영란법에 언론을 반드시 포함 시켜야 하는 이유”(tru*****), “쏟아지는 홍보성 기사들”(kiwi******), “몹쓸 기레기 습성이 어디 갈까나”(miss******) 등의 비난 반응들이 잇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