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KTX 여승무원이 코레일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승무원들은 사측에 1인당 1억씩 물어줘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지난 26일 KTX 여승무원 34명이 한국철도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한국철도공사 소속 열차팀장의 업무와 KTX 여승무원의 업무가 구분되어 있었고 위탁계약을 맺은 철도유통 등이 KTX 여승무원을 직접 고용해 관리·감독하면서 인사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했다”며 “KTX 여승무원을 한국철도공사 근로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2010년 1심 재판부와 2011년 2심 재판부는 “열차 승무원의 실질적 사용자가 철도공사”라며 “열차 팀장과 승무원 업무를 횡적으로 구분 될 수 없어 위장 도급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날 대법원의 판결로 7년 동안 싸워 온 KTX 승무원들의 복직이 무산됐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 참여한 34명이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에 따라 사측에 반환해야 하는 비용이 1인당 1억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08년 34명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보전 및 임금지급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일부 받아들이면서 코레일 근로자임을 전제로 본안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매달 180만원씩을 받아왔다. 이후 2012년 사측의 가처분 소송을 거쳐 임금 지급을 중단할 때까지 4년간 받았던 임금이 이번 대법원 패소로 고스란히 빚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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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대법원이 KTX 여승무원의 근로자 지위는 인정하지 않는 반면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한 불법파견은 인정한 것에 대해 노동계와 법조계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대기업으로부터 특정 업무를 위탁받은 별개의 회사에 채용된 점과 ‘별개의 회사’가 독립적으로 경영하는 상태가 아니라 사실상 원청인 대기업에 종속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는 것을 이유로 들며 두 사건을 비슷한 사건으로 분류해 왔다.

특히 “코레일 측이 KTX여승무원을 선발하면서 ‘땅위의 스튜어디스’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등 마치 코레일 소속의 정규직원인 것처럼 속였던 점이 간과됐다”고 노동계는 지적했다.

반면 법조계는 현행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1항에서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은 근로자 파견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는 이유로 두 사건이 같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장에서 ‘직접생산 업무’에 종사했던 현대차 비정규직 근로자와 서비스업인 KTX여승무원을 동일시할 수 없다고 봤다.

철도노조와 KTX 승무원들은 4일 서울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 판결 문제점과 판결에 대한 당사자인 KTX 승무원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