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UN에 보낸 보고서에 세월호, 통합진보당 해산 등 민감한 인권 문제를 삭제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캠프 출신인 유영하 상임위원이 삭제 지시를 내린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2일 JTBC <뉴스룸>에 따르면, 국가인권위는 지난달 14일 국내 인권현안을 정리한 보고서를 UN에 전달했다.

당초 보고서에는 전문가 9명과 시민단체 6곳으로부터 65개의 쟁점이 취합됐다.

그러나 지난 1월 15일 열린 인권위 2차 상임위원회에서 2~3명의 상임위원들 주도로 쟁점을 삭제해 재보고하라는 지시가 내려지면서 최종본에는 세월호, 비판 언론에 대한 고소 사건 증가, 통진당 해산 등 민감한 쟁점들이 빠진 채 31개로 줄었다.

이날 참석한 한 인권위 관계자는 “유영하 상임위원이 구체적인 내용을 추후에 내려 보낼 테니 삭제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JTBC>에 밝혔다. 그는 또 실제로 “삭제할 쟁점들을 정해 문서로 해당 과에 내려보냈고, 삭제 목록에는 세월호와 통진당 해산 등이 들어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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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위원은 검사 출신으로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조직부본부장을 맡은 바 있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도 박 후보 캠프에서 법률지원단장을 지냈고 지난해까지 새누리당 경기 군포 당협위원장을 역임했다. 박근혜 정권 출범 후 청와대 비서관 하마평에도 올랐었다.

유 위원에게 수차례 입장표명을 요청했지만 거부했다고 <JTBC>는 덧붙였다.

인권위의 이같은 삭제 논란에 <서울신문>도 「입 닫고 눈감은 국가인권위 왜 필요한가」라는 제목의 3일자 사설을 통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독립적 인권기구로서의 권위와 위상을 스스로 갉아먹고 있다”며 “이러다간 마침내 각종 투표권마저 빼앗기는 ‘3류 인권국’으로 전락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라고 지적했다.

사설은 “‘윤일병 사건’ 때는 가혹 행위를 확인하고도 진정을 각하했다가 뒤늦게 직권 조사에 나섰던 줏대 없는 인권위다”라며 “이쯤 되면 인권위가 아니라 ‘인권말살방조위’라고 해도 반박할 말이 궁할 듯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진정한 국민의 인권위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혁신이 불가피하다”라며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한 뒤 “인권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다. 인권에 눈감는 것이야말로 그 무엇보다 치명적인 국격 훼손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한편, 해당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어떻게 국가인권위를 좌지우지 한단 말인가? 국회의원들은 뭘 하고 있나요? 대통령의 시녀들인가?”(임재*), “우리 인권도 챙기지 못하면서 북한인권을 거들먹 거리는 무책임하고 비도덕적인 정부”(wl**),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해봐라 가려지더냐?”(kind*****), “도대체 나라를 얼마나 망가트려놔야 만족을 하겠니”(철*),

“인권위부터 인권을 찾기를”(비**), “나라꼴 챙피하다. 외국에서 볼 땐 북한과 견줄만한 독재다”(cdl***), “대한민국의 인권이 바닥이다”(수*), “절대 민주국가 아닙니다. 누가 그래요? 민주국가라고”(Bara******) 등의 비난 반응들이 잇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