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로부터 두 차례나 ‘등급 보류’ 수모를 겪는 등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 추락에 대한 국제적인 우려가 높아진 상황에서 인권위가 유엔 제출용 정보노트에 세월호 참사 등 주요 인권 항목을 삭제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인권위의 인권보호 수준이 연일 추락하고 있는 것과 관련 정치권을 비롯한 시민사회는 ‘인권 후퇴’를 우려하며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일 현안브리핑을 통해 “인권위는 내용이 방대해서 추려보자는 취지에서 쟁점을 줄인 것이라고 했다지만, ‘유엔의 국가보고서 심의는 현재까지의 이행상황을 포함해 심의한다’고 되어 있어 분명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삭제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된다”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어 ‘인권위원회의 정치적 판단에 유감’을 표명하는 동시 “현병철 위원장은 더 이상 버티지 말고 이번 사안에 대해서 만큼은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런가하면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이날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세월호 등 주요 인권 항목 삭제에 대해 “심의를 받는 시기를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면서 “보수세력으로 정권이 교체됐던 그 이후의 인권 상황을 평가 받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보수정권 아래 한국 인권이 어떤 성적표를 받을 수 있을지 이번에 평가를 받게 되니까 이번 심의에서 예민한 문제를 빼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일보는 <인권 퇴행 잇단 징후에 정부, 인권위 반성해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인권위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거나 명백한 인권 침해 사례를 제외한 것은 직무유기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과거 수많은 사람의 희생을 통해 끌어올린 우리의 인권보호 수준이 연일 추락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며 정부와 인권위의 반성을 촉구했다.

트위터 등 SNS상에서도 논란이 거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