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가 ‘2015년 국채보상운동’이라는 이벤트를 벌여 비난을 사고 있다. 일제 강점기 주권회복운동으로 전개됐던 국채보상운동을 재현하자는 보훈청의 제안에 네티즌들은 “서민 경제 외면한 황당한 이벤트”라고 응수했다.

국가보훈처는 지난 23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남녀노소, 빈부귀천, 종교를 뛰어 넘어 한말 최대의 민족운동으로 전개된 국채보상운동을 2015년에 재현한다”며 이벤트 취지를 소개했다. 이는 23, 24일 양일간 게릴라성 이벤트로 진행됐다.

국가보훈처는 “일본에서 도입한 차관을 갚기 위해 1907년에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였던 국채보상운동이 우리 시대에 펼쳐지게 된다면 어떤 것을 기부할 수 있을지 댓글로 달아달라”고 했다. 경품으로는 아이스크림 교환권을 내걸었다.

▲ ©국가보훈처

실제로 국민들에게 기부에 동참하라는 내용은 아니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내수부진으로 서민경제가 가뜩이나 어렵기 때문이다. 또 일본에 진 빚을 갚은 국채보상운동의 역사적 맥락과 현재의 상황도 전혀 다르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가계부채는 1060조3000억원. 역대 최고치다. 지난해 8월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고, 한은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하면서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지난 1년간 가계대출 규모는 64조원을 넘었다. 국민 1인당 215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서민 주머니 사정은 모른 채 국민들에게 경제난을 갚으라는 듯한 국가보훈처의 이벤트에 네티즌들은 공분을 쏟아냈다.

네티즌들은 “나라를 팔아 기부하겠다. 세금이나 제대로 걷어라”(@sherl***), “KBS시청료와 적십자 회비 거부한 돈으로 기부한다”(@zaro***), “국채의 성격 차에 대한 무지, 국민동원에 대한 무감각, 경제상황에 대한 무지, 연말정산으로 악화된 여론에 대한 무감각”(@30mile***)등의 의견을 냈다.

비난 여론이 일자 보훈처 관계자는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23일이 국채보상운동 108주년 기념일이기 때문에 이를 알리기 위한 온라인 이벤트”라며 “국민들에게 세금을 내놓으라는게 아닌 당시 같은 상황이 재현된다면 뭘 기부할수 있을지 의견차 물어본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