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태극기 게양률을 확산시키기 위해 법 개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각 기관을 비롯한 민간기업, 학교, 아파트 단지 등에 대대적인 태극기 달기 운동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의 때 아닌 태극기 게양 추진에 “애국을 의무로 규정하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23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행정자치부는 지난해 12월부터 ‘3.1절 국기달기 운동 및 의정업무’를 추진, 각 지역 민간 건물과 아파트 출입구에 태극기 게양대를 만들도록 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정안에 따르면 전국 읍·면·동 300가구 이상 대규모 아파트 단지나 마을 1곳을 선정해 국기 게양 모범 아파트를 조성하도록 했다. 단지 안에 게양하는 태극기 구입과 관리 등에 관리비를 쓸 수 있도록 하는 근거도 마련키로 했다.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태극기 게양 교육과 유인물 배포, 안내방송 실시도 포함됐다.

▲ 행정자치부가 태극기 게양 홍보자료로 제시한 인터넷 홈페이지 배너 이미지. 해당 배너를 클릭하면 행정자치부 블로그로 연결된다. © 행정자치부

학교에서는 태극기 게양 지도교육이 실시된다. 국기 게양 후 일기·소감문 발표하기, 국경일 마다 국기 게양 후 인증샷 찍고 제출하기 등을 실시키로 했다. 유치원생에게도 국기 교육이 실시된다. 정부가 제시한 교육안 가운데는 1989년에 사라진 ‘국기 게양 하강식’ 실시도 포함돼 있다.

행자부 “국기 꽂이함 늘려달라고 요청.. 법 개정은 오해”

또 정부는 태극기 게양 운동 확산을 위해 방송사와 기업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호텔에 태극기를 게양하고, 국가 관련 영화와 다큐멘터리 등에 제작을 지원한다. 미래부는 케이블TV에 홍보자막과 특집방송 편성을 요청하도록 했다. 특히 3.1절 전날과 당일 아침 주요 뉴스와 일기 예보에 국기 달기 운동 홍보를 포함해달라는 세부 내용까지 제시됐다.

이와 관련해 행자부 관계자는 “국기를 달고 싶어도 국기를 꽂을 곳이 적어 각 기관과 부서에 국기꽂이함을 각 부서에 설치와 홍보를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국기 게양일마다 국민들에게 태극기를 게양할 수 있도록 적극 권유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고 있다. 태극기 게양을 강제로 법개정하는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핵심국정과제 점검회의’ 모두 발언에서 참석자들에게 영화 <국제시장>을 언급하며 “애국가에도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 이런 가사가 있지 않느냐”며 “즐거우나 괴로우나 나라 사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채널A

이같은 해명에도 국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정부의 억지스러운 애국심 고취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박근혜 대통령의 영화 <국제시장> 언급이 단초가 된 거 아니냐는 비난도 쏟아졌다.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애국심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정부에서 억지로 이를 조장하는 것은 불필요한 반감과 논란만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 교수는 ‘go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성조기는 문화적 아이콘으로 부각될 정도로 이미 미국 국민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국민이 나라를 사랑할 수 있게 정부가 방안을 마련해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또 “박 대통령의 <국제시장> 언급에 때문에 정부가 국기 게양 의무 정책을 마련한 것이라면 이것은 정말 코미디”라며 이같이 꼬집었다.

SNS상에도 지적이 쏟아졌다. 서주호 정의당 서울시당 사무처장(@seojuho)은 트위터를 통해 “국가를 70년대로 후퇴시키려는 박근혜 정부는 답이 없는 것 같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허재현 한겨레 기자(@welovehani)도 “나라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국가가 강제로 규정하는 것은 독재시대에서나 가능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