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언론통제’ 발언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한국일보를 비롯한 4개의 언론사가 이 후보자의 왜곡된 '언론관'을 접하고도 이를 보도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서화숙 전 한국일보 선임기자는 11일 <PD저널>에 기고한 “이완구 후보와 부당한 동맹”이란 제목의 칼럼을 통해 이 후보자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을 토대로 이 같은 현실을 맹렬히 비판했다.

서 기자는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세월호 특별법 과정에서 보여준 몰염치한 발언을 봤을 때 그다지 훌륭한 사람이 아닐 거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히고는 지금까지 제기된 이 후보자에 대한 의혹들을 열거, “이 정도면 총리 후보가 안 되는 게 아니다. 공인 자격이 아예 없다”고 비난했다.

서 기자는 또 이 후보자의 '언론통제' 발언을 문제 삼으며 “이 총리 후보는 언론과도 부당한 동맹을 맺었노라 주장했다”고 전하며 “4개 언론사 기자들과 밥을 먹으면서 언론사 기사를 마음대로 주무른다고 과시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발언은 3개 언론사가 녹음까지 했지만 4개 언론사 어디도 보도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공개된 발언들에 대해 “장작 내용은 도둑들의 동맹”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기자가 기사를 안 쓰고 기사거리를 야당 의원에게 건넸다면 비난 받아야 한다”면서도 “다만 기사를 쓰려 했는데 이완구 후보의 방식대로 데스크한테 전화해서 뺀 것이면 어떻게 되나. 이 경우 사실을 은폐하려는 정치인과 데스크의 야합에 맞서 진실을 공개하려고 한 기자는 공익제보자에 가깝다”고 역설했다.

서 기자는 “기자와 정치인의 관계에서 사석은 없다”면서 “비보도를 공인이 요청했을 경우 들어주느냐 마느냐가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자는 그가 보고 들은 것을 증언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고 강조하며 “이완구 후보는 취재원이 아니라 취재대상이다. 그의 발언 모두는 검증대상”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 시점에서 4개 언론사가 밝혀야 할 것은 왜 기사로 쓰지 않았는가, 이완구로부터 전화를 받았는가 여부”라면서 “동맹이 아니라면 왜 이토록 언론외압 발언에 둔감했는지 통렬하게 반성하고 고백할 시간”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글 말미에 서 기자는 “이완구 같은 종류들이 공직자로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성역없는 보도를 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이완구 후보가 끝내 자진사퇴라는 퇴로를 모른다면 박근혜 정부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 범죄자 동맹을 용납할 국민은 없다”고 강하게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