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동향 문건’ 파문 당시 임명된 손대오 <세계일보> 회장이 50여일 만에 교체된 가운데 조민호 심의인권위원이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나를) 공식적으로 사장으로 임명했다”고 주장해 논란이다.

19일 세계일보 이사회가 김민하 평화대사협의회중앙회 명예회장을 신임사장으로 선임한 지 3일만에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되면서 사장직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 한학자 통일교 총재

이에 <세계일보> 편집국 기자들은 기존 사장을 흔들고자 하는 세력이 벌인 ‘쿠데타’라고 규정, 경영권 탈취 시도와 허위사실 유포라고 반발했다. 행위에 절차 문제가 있을 뿐 더러 문건 유출 보도 이후 외부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을 조 위원이 자신의 출세를 위해 악용했다는 것이다.

이 일로 조민호 심의위원과 조 위원을 도운 조정진 논설위원은 자택 대기 명령을 받았다. 2주간의 자택 대기가 풀리자 조 심의위원은 20일 ‘선·후배 동료들께’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사건의 전말을 공개했다.

조 위원은 “손대오 회장이 작년 12월 26일 저녁 비행기로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향했다”며 “그곳에 머물고 계시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를 찾아가 시장 교체를 건의하고 신임 사장에 관한 확답을 받기 위해서였다”라고 밝혔다.

조 위원은 “3일이 지난 12월 29일 오전 6시쯤 귀국한 손 회장은 급히 나를 찾아 ‘한 총재님이 조민호씨를 신임 사장으로 명하셨다’고 1차 통보를 했다”며 “조한규 사장은 통일교 다른 경로를 통해 12월 31일로 의원면직한다는 사실을 통보받고 이를 수용했다. 이것이 내가 아는 사장교체 건의 골자다”라고 주장했다.

정윤회 문건 파문이 절정에 이른 지난달 2일 손대오 선문대 부총장이 <세계일보> 회장으로 돌연 취임한 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정윤회 문건’ 보도가 나가자 통일교 안팎은 발칵 뒤집어졌다. 청와대는 곧바로 사장 등 6명을 고소했고 한학자 총재는 긴급회의를 소집했다”고 설명했다.

▲ 1월 20일자 세계일보 1면 기사

자신이 사장으로 지명된 것과 관련해 통일교 수뇌부가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는 사실도 밝혔다. 조 위원은 “지난해 12월 29일 정식 통보를 받고 1월 2일 간단한 취임인사, 5일 정식 취임을 앞두고 인사보류를 전해 들었다. 내게 정식적으로 통보해 주질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한학자 총재가 공식으로 임명한 사람인데, 상황이 달라졌다면 그 사실을 정확하게 공식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순리”라며 “한학자 총재의 명이 굴절된 것도 모자라 절차적 하자까지 있는 것을 보면서 허탈감이 밀려들었다”고 토로했다.

한편 조 위원의 이 같은 주장에 <세계일보> 편집국 기자들은 “사실 관계조차 어긋나는 말장난”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세계일보지회는 22일 성명서를 통해 “조 위원 글은 편집국 구성원 대다수가 동의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총재와 재단, 세계일보 조직 어느 쪽에서도 정식 통보를 한 적이 있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