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9일 “청와대가 시계형 몰래카메라를 구입한데 이어 전문가형 도청 감지기를 구입했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이 지난해 조달청에서 제출받은 ‘대통령 비서실 및 국가 안보실 물품 취득원장’에 따르면 청와대는 지난해 9월 전문가형 소형 디지털 도청 감지기를 구입했다.

청와대가 구입한 소형 도청 감지기 ‘PRO-7000FX’는 2009년 영국에서 개발된 제품으로 소형 탐지기 중 성능이 우수한 제품으로 알려졌다. 휴대용 도청기로는 유일하게 0~7,200MHzk까지 무선도청기를 찾을 수 있고, 일반도청기, 디지털 도청기, 차량 추적기까지 찾을 수 있다.

▲ 청와대가 지난해 9월 직접 구입한 영국산 휴대형 도청 탐지기.(사진제공=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실)

그런데 문제는 도청 감지기의 사용처였다. 도청 탐지기를 구입한 곳은 청와대 안보를 담당하는 경호실이 아닌 외교 안보수석실이었다. 외교안보수석실은 통일,외교,안보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로 지난해 9월 25일 363만원을 주고 해당 도청탐지기를 직접 구입했다.

이에 최 의원은 청와대 외교 수석실에 도청감지기를 구입한 목적에 대해 서면 질의를 넣었으나 외교 수석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최 의원은 “청와대에서 근무한 관계자들도 경호실 이외의 부서에서 감지기를 왜 구입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앞서 제2부속실에서 ‘몰카 시계’를 구입하기도 했는데, ‘불신 청와대’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운영위 현안보고에서 “그건 휴대용이니까 해외 갈 때나 이동할 때 하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 의원은 아울러 청와대가 ‘몰카 시계’를 비롯한 일부 비품에 실제 모델명과 다른 식별명을 부여해 관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지난 2012년 12월부터 지난해 9월 30일까지 모두 3320개 물품을 구입했다. 이 가운데 조달청에서 통해 구입한 물품은 2095개로 자산명과 식별명이 모두 일치했다.

▲ 위 사진은 청와대가 지난해 구입한 시계형 몰카 남성용 모델 JW700(왼쪽)과 여성용 모델 JW3500(오른쪽). 아래 사진은 청와대가 몰카형 시계에 허위 번호를 붙인 '오리엔트'사의 남성용, 여성용 손목시계.(사진제공=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실)

▲청와대의 '시계형 몰카' 자산명과 식별명 비교.

청와대가 구입한 시계형 몰카 남성용 JW700과 여성용 모델 JW3500 2개다. 그러나 물품취득원장에는 시계회사 ‘오리엔트’가 만든 일반 남성-여성용 손목시계를 구입한 것으로 명시돼 있다.

청와대는 또 휴지통 및 크리넥스함 4개를 구입하면서 식별명은 쓰레기통 등으로 표기했다. 취득단가는 한 개에 90만2000원으로 나타났다. 호두나무를 깎아만든 휴지통과 크리넥스함도 식별명으로는 단순 쓰레기통으로 표기하고 모두 93만600원에 명시했다.

최 의원은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 중 하나가 청와대의 물품을 구입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책임임에도 이재만 비서관은 총무비서관으로서의 기본적인 역할조차 하지 않고 엉뚱하게 비선개입과 국정농단에만 몰두한 것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