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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출처='티비 읽기' 블로그 |
요즘 드라마에 부쩍 언론에 경종을 울리는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피노키오>는 진실이라는 근원적인 문제에 대해서, 새로 시작한 <힐러>는 좀 더 파격적이고 어쩌면 비현실적으로 언론의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특히 <힐러>는 <피노키오>의 동화적 은유의 차원을 넘어서 80년대 해적방송을 하는 모습들과 현재를 오가며 현실 언론의 문제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사실 이 정도면 요즘 언론 환경에서 대단히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설레지 않는다.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언론의 천박함에 너무 익숙해버린 것일까? 아니면 드라마의 비판 정도로는 성에 찰 수 없는 뿌리 깊은 불만과 분노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적어도 <힐러>는 바른 말을 하고 있다. 유지태가 분한 김문호 기자는 대본을 무시하고 카메라를 향해 세상이 이렇게 된 것은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무관심한 우리 자신이라는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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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출처='티비 읽기' 블로그 |
그 말끝에 생각한다면 <피노키오>, <힐러>에 우리가 더 이상 설레지 않게 된 것은 그만큼 진실에, 정의에 무감각해진 때문일 수도 있다. 요즘 가장 뜨거운 드라마인 <미생>의 한 대사가 떠오른다. “직장은 전쟁터지? 밖은 지옥이야” 이 한 마디가 던지는 무게감은 너무도 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너무 무서운 협박이 될 수도 있었다. 전쟁터가 살벌하기로서니 지옥보다는 낫다. 그러니 어떤 불합리와 부조리에도 참으라는 협박이나 다름없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래도 전쟁터에 있는 누구가 지옥에 있는 누구보다는 낫다는 안도와 어쩌면 자부심을 느끼게 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 전쟁터가 지옥에 있는 전쟁터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지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남의 일로 알고, 그저 뉴스이거나 뉴스에 나지 않는 수많은 일들 중 하나로 간단히 지나쳐버리는 습관에 물들어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힐러>를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힐러>가 싱거운 것인지 아니면 정의라는 것에 더는 설레지 않는 심장이 돼버린 것인지 분간이 가질 않는다. <힐러>의 대사는 세상이 이 꼴이 된 게 우리들의 무관심이라고 했지만 더 정확히는 무관심이 아니라 우리와 무관한 일로 치부하는 것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공분이라는 것이 사라진 것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 주차 자리, 내 아파트의 정숙, 내 주머니의 단 돈 몇 푼도 건드리지 못하는 일에 굳이 성낼 일이 없어진 것이 더 솔직한 우리들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저 바깥이 지옥인 것은 맞지만 나의 지옥은 아닌 것이라는 생각. 그것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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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출처='티비 읽기' 블로그 |
얼굴에 비닐 봉투를 씌워놓은 것 같은 답답함과 조금은 죽을 것만 같은 느낌인데도 불구하고 애써 부인해온 것이다. 그래서 <힐러>에 왠지 설레지 않고, 왠지 좀 불편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또 빨리 정의니 진실이니 말하지 않고 상업드라마의 본연인 러브라인을 조속히 살려내기를 바랄 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이상하게도 첫 회에 분신 노동자를 찾아간 김문호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가지를 않는다. 방송사고를 내면서 진실을 이야기한 어떤 기자의 모습이 딱히 실감나지 않는데도 이상하게도 뇌리에 맴돈다. 그래봤자 드라마일 뿐이며, 허구일 뿐이어서 속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왠지 이 드라마가 시작하는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신경 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이율배반적인 모습의 이유를 알지는 못한다. 설레지 않지만 신경이 쓰이는 이상한 감정을 <힐러>를 통해 겪게 된다. 그 끝이 어떨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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