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본의 아니게 유명한 사람이 됐다. 점점 말라갈수록 세상은 아빠를 유명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유명인이 된 아빠에겐 두 딸이 있다. 유민이와 유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토끼 같은 자식들이다.

지난해 난생처음 정규직이 된 아빠는 아비 구실을 해볼 마음에 설래였다. “아빠가 정규직이 됐어. 학자금도 지원한대. 그러니깐 마음 놓고 대학 준비해.” 어려운 가정환경에 대학 진학을 포기했던 큰 딸 유민이에게 아빠는 해주고 싶은 게 많았다. 돈 걱정 말라고 했다. 딸들의 학비를 생각하며 주말엔 특근에 매달렸다.

하지만 아빠의 기대는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4월 16일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큰 딸은 돌아오지 못했다. 유민이의 꿈도 바다 속 깊은 곳으로 가라앉아버렸다. 유민이는 열여덟, 수학을 좋아하는 평범한 여고생이었다.

▲ ©트위터

그래서 김씨는 스스로를 ‘죄인’ 그리고 ‘못난 아빠’라고 부른다. 세상이 올바르게 굴러가는지 똑바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지난 7월 14일 김씨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성역없는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페이스북에 틈틈이 일기도 남겼다. 단식 38일차가 됐던 8월 20일 김씨는 “제대로 된 특별법이 제정되도록 국민들께서 더욱 힘을 모아주시고, 대통령 및 야당은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주십시오”라는 바람을 남겼다.

뜨거운 땡볕 아래 목숨을 걸고 46일을 버텼지만 정부는 김씨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았다. 딸의 억울한 죽음을 호소한 김씨에게 악의적인 험담과 비난이 쏟아졌다. 일부 언론도 김씨 비방에 팔을 걷어 부치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김씨는 “그래도 세상에는 아직 선한 사람, 선한 의지가 더 많다”고 말한다. 지금은 허위와 왜곡에 파묻혀 있지만 언젠간 그들도 사실을 사실대로 진실을 진실대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여겼다. 대신 이를 위해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들이 연대하는 일, 그 연대를 바탕으로 힘을 만들고 압박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쪽짜리 세월호 특별법이 가까스로 통과된 이후, 김씨는 자신의 단식일기를 묶어 한 권의 에세이집으로 출간했다. 책의 제목은 ‘못난 아빠’. 건강악화로 병원에 실려간 뒤 쏟아진 온갖 폄훼와 악의적인 공격에 자신의 생각을 한 권의 책으로 펴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김씨는 저서에서 “대한민국이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로 구분되듯 이전과는 다르게 살려고 한다”고 고백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책임자들이 처벌을 받을 때까지, 그리고 확실한 재발 방지책이 나올 때까지 단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둘째 딸 유나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어른으로서 몫을 다하려는 김씨의 따뜻한 부성애가 느껴진다.

기나긴 단식이 만든 후유증으로 김씨는 여전히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 푹 꺼진 볼살은 예전 모습을 되찾았지만 팔과 다리는 여전히 말라 있다. 그는 “이제는 잘 먹고, 몸을 아끼면서 열심히 살아가고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그게 못난 아비로서 유민이한테 사죄하는 길이자 유나를 위한 길이지요.”김씨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