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쇄를 끌고 죄인처럼 떠나는 아들의 등 뒤에 난 이 말 밖에 해 줄 것이 없었다. 미안하다. 아들아.”

2006년에 나온 단편 웹툰 ‘인생계주’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인기 웹툰 ‘멜랑꼴리’를 그린 작가 비타민(본명 이기호)씨의 작품이다. 만화는 총 3편으로 이어지며 각 편마다 ‘인생계주’, ‘인생계주-아들의 의지’, ‘인생계주-아버지의 눈물’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만화는 뜨거운 사막 위에서 한 남성이 발에 족쇄를 단 채 마라톤 경주를 하고 있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이분은 저의 아버지 입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주인공의 아버지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주인공이 있는 바톤터치 지점을 향해 달린다. 주인공의 아버지 뒤로는 서 너명의 남성들이 달리고 있다.

▲ ©비타민

우는 아버지를 뒤로 한채 주인공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사막 위를 뛰기 시작한다. 주인공은 “10년을 가난을 매달고 뛰어왔다”, “인간은 포기하지 않으면 진화한다”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달린다.

그러나 주인공의 마라톤은 좌절되기 시작한다. 검은 선글라스를 쓴 무리들이 따라 붙더니 주인공의 몸에 무거운 쇳덩어리를 매달아 버린 채 달아났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이자를 깜빡했다”며 뒤늦게 아버지가 남긴 이자를 깨닫는다. 작가는 주인공의 대사에 가난의 대물림이 남아있는 사회를 비유했다.

▲ ©비타민

만화의 마지막 장면은 주인공의 아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아버지가 물려준 족쇄를 차고 사막을 달려 나가는 내용이다. 그런 아들의 뒤에서 주인공은 “미안하다, 아들아”라는 말을 남긴다.

‘인생계주’ 만화는 이미 8년 전부터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낳고 있다. 만화가 다시 관심을 받을 때마다 당시 사회에는 노사갈등, 비정규직 대량해고, 중산층 몰락 등의 사건이 이어졌다. 이번에도 24일 정부의 정규직 해고요건 간소화 논란이 일면서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통해 다시 네티즌들의 공감을 사며 회자되고 있다.

만화를 본 네티즌들의 반응은 8년 전과 다르지 않다. 네티즌들은 “우리들 99%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닐까요? 그래서 정치가 중요한거구요”(@snowh****), “요즘 이 나라가 돌아가는 작태를 보면 이 웹툰이 딱”(@bernh***), “앞으로 현실이 점점 더 심해지리라 보여집니다. 정말 피눈물이 무엇인지.. 서글픈 인생계주”(@noah-l***), “이제는 대를 이어 가난이 지속되는 악순환이라니 눈물이 나려고 합니다”(@seep***) 라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