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한국전력공사 자회사인 한전KDN으로부터 ‘쪼개기 후원’ 등의 방법으로 불법 후원금을 받은 혐의로 여야 국회의원 4명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에 따르면 18일 한전KDN은 지난 2012년 11월 중소기업 보호를 목적으로 공공발주 소프트웨어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는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자, TF팀을 발족했다.

보통 상시 근로자가 1000명 이상이면 ‘대기업’으로 분류되는데, 법안이 통과되면 임직원 1200여명인 한전KDN은 그 동안 사업을 수주해 오던 한전 등으로부터 사업 수주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TF팀 팀장을 맡은 한전KDN의 김 모 본부장과 임직원들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A의원실을 여러 차례 방문해 참여제한 대상기관에서 ‘공공기관은 제외한다’는 조문을 삽입한 자체 법안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법안발의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B, C, D 의원에게도 입법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또한 이 과정에서 한전KDN 2012년 12월17일부터 연말까지 임직원 491명을 통해 개인당 약 10만원씩, 국회의원 1명당 995만~1430만원의 후원금을 입금하도록 지시한 뒤 각 의원실 별로 ‘후원금 기탁자 명단(의원실 제출용)’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전달한 사실을 확인했다.

한전KDN의 적극적인 로비 결과 A 의원은 지난해 2월 해당 법안에 담긴 규제에 공공기관은 적용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시 B, D, A의원은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이었고, C의원은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활동했다.

경찰은 “한전KDN이 법안을 일차적으로 논의하는 지경위 소속 의원들과 함께 법안 통과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원들을 선정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그해 12월 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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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경찰은 A의원이 법안 개정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한전KDN이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열린 A의원 출판기념회에서 책자 300권(900만원 어치)을 일괄 구입하는가 하면, 해당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직후인 2013년 8월에는 기부금을 내지 않았던 직원 77명을 통해 후원금 536만원을 2차로 기부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외에도 경찰은 한전KDN 임직원 358명이 출장을 가지 않았는데도 허위 출장 서류를 만들어 11억2000만원의 출장비를 수령한 뒤 개인이 사용하거나 상급자에 상납하는 등 조직적 운영비리를 밝혀내고 회사 임직원 42명을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입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