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과 오뚜기가 미국에서 수천 억 원대의 집단소송에 휘말릴 위기에 놓였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지난 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법은 농심과 오뚜기 및 이들 업체의 미국 현지법인을 상대로 현지 대형 마켓인 ‘플라자컴퍼니’와 ‘피코마트’ 등이 신청한 집단소송이 요건을 갖췄다고 인정하고 소송을 받아들였다.

소송에는 캘리포니아 주내 식품점·마트 300여 곳 등도 공동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지법은 판결문에서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가 2012년 7월 농심·삼양식품·오뚜기·한국야쿠르트 등 라면제조 4개사에 가격담합 과징금 1354억 원(1억2300만 달러)을 부과한 사실이 있다”며 요건 인정의 이유로 제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삼양식품과 한국야쿠르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집단소송 대상에서 제외했다.

앞서 공정위는 2012년 당시 국내 라면제조 4개사가 2001년 5∼7월 가격인상부터 2010년 2월 가격인하 때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각사의 라면제품 가격을 정보교환을 통해 공동으로 인상했다며 과징금 부과와 함께 담합 및 정보교환 금지명령을 내린 바 있다.

▲ ⓒ 오뚜기. 농심

현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번 집단소송 배상액 규모는 8억 달러, 우리 돈 8781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판결은 농심과 오뚜기가 사실상 가격담합을 했다는 것을 전제로 집단소송이 시작됨을 의미해 향후 벌금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현지 법조계는 전망하고 있다. 과거 국내 벌금 수준을 고려할 때 미국에서는 최소 4000억원 이상의 벌금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농심과 오뚜기 등은 국내 가격담합과 수출품 가격문제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농심 관계자는 “아직 집단소송이 승인된 것은 아니”라며 “향후 진행되는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책을 마련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뚜기 역시 “집단소송 승인 전 단계로 파악하고 있으며 다음 단계를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