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집 윗집 사이에 울타리는 있지만...(중략)...서로서로 도와가며 한집처럼 지내자.”

‘이웃사랑’의 중요성을 강조한 동요 가사도 이제는 옛말이 돼 버렸다. 설 연휴기간 ‘윗집’을 상대로 벌어진 살인, 방화사건이 잇따라 발생했기 때문이다. 다름아닌 ‘층간 소음’ 문제로 인해 벌어진 끔찍한 일들이다.

‘층간 소음’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급격히 대두되고 있다. 정부부처가 대책을 내놓고 있으며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이 계류중이다. 하지만 이같은 대책들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최근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발간한 층간소음 관련 자료(리플렛)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환경부와 공단은 현재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65%의 국민이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이는 미국(3.9%)이나 영국(18%)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이웃나라인 일본(40%)보다도 15%가 높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마찰이 일어날 확률이 이들 국가보다 상당히 높다는 이야기다. ‘층간 소음’으로 인한 민원도 증가추세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6년 114건에 불과했던 ‘층간소음’ 민원은 2011년에 362건에 달했다.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층간소음 이웃센터’에 접수된 현장진단 신청 분석결과에 따르면 가장 많이 지목된 소음원은 ‘아이들이 뛰는 소리나 발걸음 소리’였다. 전체 건수 1070건 가운데 753건에 달했다. 이 밖에도 ‘망치질 소리’나 ‘가전제품 소리’, ‘가구를 끌거나 찍는 소리’ ‘언쟁 등 대화’, ‘진동’ 등의 생활소음이 ‘층간소음원’으로 지목됐다.

▲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발간한 '층간소음'관련 홍보 리플렛 ⓒ 환경부, 한국환경공단

아울러 이 관계자는 “항의를 받을 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든가 하면 어느정도 해결되지만 층간소음으로 감정이 많이 상했거나 (마찰이) 굉장히 심할 경우는 현장진단을 요청한다”고 전했다.

“층간소음, 우울증-불안장에 유발할 수도 있어”

관련부처인 국토해양부도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국토부는 12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최근까지도 층간소음 갈등이 지속됨에 따라 층간소음 절감을 위한 종합적 제도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며 “신규아파트에 대해서는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전부개정해 강화된 바닥구조 기준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아파트 시공시에는 바닥두께기준(벽식 210mm, 무량판 180mm, 기둥식 150mm)이나 바닥충격음 기준(경량충격음 58db, 중량층격음 50db)를 선택적으로 만족하도록 하고 있지만 향후 벽식과 무량판 구조는 바닥두께 기준(210mm)와 바닥충격음 기준(경량충격음 58db, 중량층격음 50db)을 동시에 만족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국토부의 계획이다.

다만, 국토부는 “층간소음 만족도가 높은 기둥식구조는 바닥두께 기준(150mm)만 충족할 경우 성능기준 적용은 배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개정안은 현재 법제처에 심사의뢰중인 상태이며 1년 기간의 유예기간을 둔 후 내년 3월경 시행될 예정이다.

기존 아파트의 경우, 환경부와 공동으로 주거생활 소음기준을 정해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 국토부의 입장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발의된 주택법 개정안의 입법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정희수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해당 개정안에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예방을 위해 국토부 장관이 공동주택의 주거생활소음기준을 정해 고시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개정안은 현재 국회 국토해양위에 계류돼있는 상태다.

그러나 국토부가 내놓은 주택건설기준 개정안에 대한 의구심 섞인 시선도 나타나고 있다.

건설분야 전문지인 <건설경제신문>의 13일 보도에 따르면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 소장은 “현재 충격음 기준은 2004년 고시된 것으로 그동안 국민 권리의식의 성장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새 개선안도 별반 다를 게 없다”며 “근본적인 해법은 중량 바닥충격음 기준을 50㏈에서 45㏈로 낮추는 것”이라고 밝혔다.

차 소장은 “대다수 국민들은 분양가가 몇 백만원 상승한다고 해도 층간소음으로부터 자유로운 아파트를 원한다”며 “건설업체나 자재업체들도 규제강화에 상응하는 기술적 해법을 곧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층간소음’은 각박한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의 ‘정신건강’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방 신경정신과 전문의 양동호 마음온 한방정신과한의원 원장은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밤 늦은 시간에 조용히 자려하는데 소리가 난다든가 하면 신경성 불면증을 유발할 수 있고 심해지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홧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 원장은 “층간소음으로 스트레스 받는 자기자신을 보면서 내가 저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건지 아니면 다른데서 스트레스를 받아 신경이 예민해져 있는데 그것(층간소음)때문에 더 화가 나는건지 자꾸 구분하려고 애를 써야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