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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를 함께 슬퍼했던 사람들의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검찰이 마음대로 농락하고 그 슬픔을 멋대로 세탁하려는 행위가 아닌가 싶습니다. ”

지난 5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침묵행진을 했다가 불법 시위 혐의로 연행된 대학생들이 입을 열었다. 스무살, 스물 한 살 어린 학생들의 입에서는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 참가자들은 4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동교동 가톨릭 청년회관에서 ‘세월호 추모자 탄압 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이들은 “검찰이 연행된 대학생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침묵행진의 성격을 멋대로 왜곡하고, 세월호 참사를 슬퍼하고 추모하는 청년들의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자리에는 침묵행진을 최초 제안한 대학생 용혜인씨를 비롯해 청년좌파 김성일 대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박주민 변호사 외 대학생 15명이 참가해 검경의 부당한 수사와 추모자 탄압 중단을 촉구했다.

지난 3일 검찰은  침묵행진 기획자인 용씨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과 일반 교통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피의자인 용씨에게 공소 사실을 알리지 않고, 언론에 공소장과 공소내용을 먼저 공개했다. 용씨는 자신의 기소 사실을 친구의 전화를 통해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용씨는 “검찰이 언론에 공개한 공소장을 보면 ‘세월호추모 청년모임을 결성했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런 단체를 결성한 적도 없고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한 뒤  “사실과 다른 내용의 공소장을 당사자인 내게 알리지도 않은 채 공개한 것은 피의자의 기본적인 인권을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5월18일과 6월10일 서울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 침묵 행진에서 경찰은 대학생 30여명을 불법 시위를 벌인 혐의로 무차별적으로 연행했다. 이중 일부는 검찰에 송치돼 조사를 받고 있다.

용씨는 “검찰 조사 도중 몇 가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며 “침묵행진 참가자들 중 20세의 젊은 청년들만 골라 전화를 걸어 ‘반성문을 쓰면 기소하지 않겠다’는 식의 회유와 압박이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로부터 반성문 협박을 받은 대학생 안명진씨는 이날 눈물의 증언을 쏟아냈다. 안 씨는 “반성문을 쓰면 선처를 고려하겠다는 검찰의 전화를 받았다. 담당 검사가 반성문을 쓰면 기소 유예를 염두하겠다는 내용의 전화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안씨는 “당시 수사관이 종이와 펜을 주면서 반성문을 쓰도록 지시했고, 반성문을 제출하자, ‘이런 내용이면 곤란하다. 처음부터 다시 써라’ 등의 지시를 했다”며 “반성문을 쓰라는 말은 곧 세월호 집회에 참석하는 일이 잘못된 일이고,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돼 자책감이 들어 너무 괴로웠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평소대로 옳다고 생각했던 것들, 가치와 신념들에 따라 행동했는데, 반성문을 계기로 스스로 자학하는 경험을 했다”며 “말로 지은 죄는 백년이 가고, 글로 지은 죄는 천 년이 간다는데, 사실 죽지 않아야 할 사람들의 편에 서서 거리에 나갔을 뿐이다. (집회에 참가하는 것을) 반성하는 나의 글이 얼마동안 남아 있을지 너무나 두렵다”며 결국 눈물을 터트렸다.

▲ 4일 오전 서울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세월호 추모 탄압 고발기자회견'을 열린 가운데, 검찰로부터 세월호 추모 참가 반성문을 강요받은 대학생 안명진씨가 증언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강주희

또 다른 참가자들도 검경의 부당한 탄압에 대한 심경을 토로했다. 대학생 이장원씨는 “검찰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기 전 양심적 병역거부로 감옥에 들어간 병역거부자에게도 세월호 침묵행진을 주도한 혐의를 뒤집어 쓰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또 “검찰이 특정 시민단체나 진보성향 인사를 거론하며 유도신문을 했다”며 “추후 논의를 거쳐 법적 대응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박주민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에 비춰볼 때 침묵행진 형태로 진행된 집회에 대해 기소를 한다는 것 자체가 국민의 법 감정에 어긋나는 무리한 기소”라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무리한 수사 과정에 대해서 법적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