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의 한 고등학생이 유서도 남기지 않고 목숨을 끊은 가운데 이 학생이 교내 동아리에서 실험용 쥐를 죽여 동물용 먹이로 판매하는 활동을 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30일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는 지난 6월 자살한 김모(15) 양의 아버지가 카라에 제보한 의혹을 공개했다.

카라에 따르면 올해 충북 진천 한국바이오마스터 고등학교에 입학한 김모양은 입학과 동시에 창업 동아리 ‘씨크릿 가든’에 가입해 3개월 동안 활동을 하면서 이에 따른 고통을 아버지에게 호소했다.

외부에 알려진 ‘씨크릿 가든’의 활동은 실험동물에 대한 사육기술의 습득과 육식 파충류 먹이용으로 쥐, 랫드를 사육·판매하는 것이었다.

▲ 김양이 고등학교 입학 전 키우던 쥐와 함께 찍은 사진/ⓒ 카라

그러나 실상은 다량의 쥐와 랫드를 이산화탄소 질식기를 이용해 질식사 시킨 뒤 냉동으로 개별 포장해 배송하는 일이었다. 이 작업은 동아리 학생들이 해왔고, 김 양은 자살 직전 아버지에게 3개월 동안 약 7백마리의 쥐를 죽였다고 털어놓았다.

카라는 김 양이 고등학교 입학 전 1년여 동안 쥐를 반려동물로 키워왔고, 핸들링(다루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쥐를 잘 돌봐왔던 점을 미뤄 동아리 활동으로 인해 김 양의 심적 고통이 상당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라는 이 사건을 “교육기관인 학교에서 학생들의 노동을 이용해 동물을 살처분한 반생명적, 반인도적 일”이라며 충청북도 교육청에 문제를 제기했다.

카라로부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문을 받은 교육청은 장학사를 통해 해당 학교를 점검했고, 카라 측에 점검 결과를 알렸다. 그러나 학교 측에서 동아리 활동을 중지했으며, 해당 동아리를 담당했던 선생님을 시켜 학생들에게 동물보호교육을 시키도록 조치한 것이 전부였다.

카라 측은 “생명경시나 동물보호 같은 것은 학생들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을 하는 사람의 사상이나 태도가 갖춰져야 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학생들을 상대로 한 교육보다) 잘못된 교육풍토에 대한 해결책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라는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학교와 교육청에 ▲잘못 시인과 재발방지 대책 강구 ▲동아리 학생들의 심리 치유와 비윤리적 창업동아리 개설 방지 ▲생명존중 및 동물보호의 개념과 중요성에 관한 의무교육이 실시될 수 있도록 제도 정비 ▲‘창업동아리 운영 및 윤리위원회’ 설치 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