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A여고에서 화재가 발생했지만 학교 측이 학생들에게 대피하지 말고 남아 있으라고 방송해 물의를 빚고 있다.

29일 <헤럴드경제>에 따르면 인천시 연수구에 있는 A여고 1층 화학실에서 지난 28일 오후 6시 31분쯤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는 인명피해 없이 책상과 집기류 등 일부를 태우고 진압됐다.

관할소방서 관계자는 “오후 6시 31분에 학교 행정실로부터 화재가 접수돼 37분에 도착했는데, 학교 선생님들과 경비원들이 소화기를 가지고 이미 불을 끈 상태였다. 내부에 연기가 자욱해 출동한 소방관들은 이를 수습했다”고 전했다. 소방서 측은 당시 화학실 문이 잠긴 채 아무도 없었던 점을 보아 전기 누전으로 인한 화재인 것으로 추정하고 현재 조사 중이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학교 측의 안일한 대처가 논란이 됐다. 화재가 발생했던 당시 학교에는 학생들이 야간자율학습을 하며 남아 있었다. 해당 학교 학생들에 따르면 화재 발생 시 경보가 울렸지만 지난 1학기부터 화재 경보기가 고장 나 몇 번 울린 적이 있어 이날 화재도 평소와 다름없는 고장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 사진출처=트위터 (해당기사와 관련없는 이미지)

이후 소방차가 출동해 연기 제거 작업을 실시하자, 학교 측은 야간자율학습을 중단하고 학생들을 귀가 조치 시켰다. 학부모님들에게는 “경미한 화재로 학생들을 일찍 귀가 조치했다”고 문자로 통보했다.

해당 학교는 평소 야간 자율학습 시간대에 출입통로 3개 중 가운데 출입문을 제외한 나머지 2개는 잠궈 놓는 것으로 전해진다. 학부모들은 학교가 화재 발생 시 대피에 취약한 구조일 뿐만 아니라 고장난 화재경보기를 방치했다고 비난했다.

학부모들은 학교 측이 실제 화재 경보가 발생했을 때도 이를 무시했으며, 화재를 확인하고 나서도 학생들을 대피시키지 않고 교실에 잔류시켰다고 주장했다. 또 대피하려는 학생들을 방송으로 막고, 평소 화재 대피 훈련 없이 대피로로 사용할 수 있는 출입구를 잠가두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학교 측 관계자는 “화재 경보기 오작동은 최근 1차례 밖에 없었으며, 어제(28일)도 경보기가 울리자 직접 가서 확인 후 최초 진화를 시도했다. 경보기 오작동인줄 알고 무시했다는 말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또 “화재 훈련 역시 1학기 때 야외에서 한 차례 실시했다. 최근 실내에서 화재 시 대피 동영상을 시청한 뒤 실내에서 야외로 나가는 훈련을 실시한 바 있어 실내 대피훈련이 없었다는 말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가만히 있으라’는 교내 방송에 대해서는 “신고와 화재진압을 위해 밖에 나가 있었던 터라 잘 모르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학교에 재학 중인 한 1학년 학생은 “야간 자율학습하는 인원이 많으므로 한꺼번에 뛰쳐나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수가 없다.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침착하게 대피시키고, ‘몸에 이상이 없냐’며 걱정하셨는데, 언론에서 세월호 사건과 엮는 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