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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공감을 얻을 수 없는 역사적 인식 위에서 공인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이개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22일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의 KBS 국정감사 현장.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인호 KBS 이사장과 미방위원들간의 역사 논쟁이 3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이날 논쟁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이인호 이사장의 과거 역사 강연과 관련해 “공영방송 이사장으로서 부적절한 역사관을 갖고 있다”고 질의하면서 촉발됐다.

이개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김구는 대한민국 체제에 반대하던 사람이라고 한 과거 발언은 참으로 충격적”이라며 “공직을 맡고 계신 분이기 때문에 부디 올바른 역사인식과 역사관을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인호 이사장은 “제 말을 잘못 연결한, 정확하지 않는 인터넷 보도가 많았고, 언론인, 지식인, 정치인 중 대한민국 기원에 대한 생각이 저와 다른 분들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논란이 된 과거 강연에 대해서는 “김구 선생은 대한민국 독립을 반대한 분이기에 대한민국 공로자로서 그를 거론하는 게 옳지 않다”며 “상해 임시 정부로도 평가받지 못했고, 우리가 독립국 국민이 된 것은 1948년 8월 15일 이후”라고 말했다.

또 “김구 선생은 임시정부의 수반까지 하면서 독립운동가로 대단히 훌륭했으나, 대한민국 독립에는 반대했다”며 “그 의미에서 대한민국 공로자로 거론하는 것은 옳지 않고, 독립운동가로서 대응하는 것이 맞다”며 자신의 역사관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그러나 이 이사장의 주장과 달리 임시정부계 독립운동 세력이 반대했던 것은 ‘독립’이 아닌 이승만 전 대통령이 주도한 ‘단독정부 수립’이다.

이에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공영방송은 공영성과 중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곳인데 이사장이 갈등이 심하고 민감한 시기의 편협한 역사관을 강연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역사학자로서 계속 강연하고 다니든가 아니면 공영방송 이사장도 하든가 양자택일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이사장은 “편협한 역사관을 가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KBS 이사장은 상근직이 아니기에 역사학자로서 산다고 해서 이사장직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맞섰다. 또한 본인의 역사관에 대해서는 “태극기 앞에 설 수 있는 사람이면 다 동의할 수 있는 역사관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 이미지출처='사람과 세상 사이'블로그

이 이사장은 조부의 역사적 평가를 묻는 정호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의에 “그 분은 일본과 타협하고 체제에 안주하셨던 분이다. 광의적으로 말하면 친일이라 할 수 있다”며 조부의 친일 행적을 인정했다.

앞서 그는 지난달 9일 <한겨례>와의 인터뷰에서도 이 같은 인식을 보였다. 이 이사장은 “조부는 유학의 세를 늘려가기 위해 타협하면서 사신 것이다. 그런 식으로 친일을 단죄하면 일제 시대 중산층은 다 친일파”라고 말했었다.

한편, 이날 야당 의원들은 이 이사장의 역사관과 태도 등을 지적하며 맹공을 펼쳤다. 그러나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 이사장에게 임명 축하 인사를 건네거나 주장을 옹호하는 등 묘한 대조를 이뤘다.

특히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은 “이사장을 하면서 강연할 권리가 있고 그런 권리가 제한되지 않길 바란다”며 “이사장이 강연에서 말하는 역사관, 특히 근현대사관은 대한민국 절대다수가 공감하고 지지하는 그런 역사관”이라고 옹호했다.